中도 전면 나선 비핵화 줄다리기… 정상들의 릴레이 담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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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중]북핵 협상에 미묘한 파장

북한 김정은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출렁이고 있다. 이번 김정은의 방중이 북-중 간의 새로운 밀월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속전속결로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일괄 타결하려던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구상도 부분적으로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전의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新)냉전구도가 재연되면 어렵게 만들어진 협상 테이블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도 있는 만큼 한반도 대화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정부의 속도감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 김정은, 시 주석을 시작으로 ‘원샷’ 릴레이 회담

청와대는 북-중 대화가 재개된 것에 대해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한 관계자는 “북측 움직임은 며칠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이라며 말을 흐렸다. 미국과의 담판을 요구해온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기 직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먼저 시도하는 일종의 ‘변칙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북-중 관계는 김정은 집권 이후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북-중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역시 2015년 ‘중국과의 군사 핫라인을 단절하라’는 지시에 반대한 변인선 북한 총참모부 작전국장을 숙청한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방북한 미국 인사들에게 “중국과 담을 쌓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공공연하게 중국에 적대감을 보였다.

특사단 방북 과정에서도 중국과 단시일 내에 관계 개선에 나설 움직임은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비핵화 프로세스를 위해선 북-중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양에 조언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북-중 대화를 김정은의 태도 변화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과의 회동이 북-미 대화에 앞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보이는 만큼 미국과의 대화를 전제로 한 움직임이라는 얘기다.

청와대 내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중국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만큼, 차라리 잘됐다는 반응도 있다. 대화 기조가 이어질 수 있는 호재라는 것이다. 비핵화에 대한 단계적 보상 방안에 반대하는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슈퍼 매파’가 북-미 대화의 최일선에 배치된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보증하고 미국을 설득할 수도 있다는 것.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관계 개선이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상황이 매우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선입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김정은의 대북제재 완화 노림수일 수도

이와 함께 4, 5월 이뤄질 릴레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예상보다 빨리 중국에 손을 내밀면서 문재인 정부의 북핵 외교 구상과 시간표가 부분적으로 수정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 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비핵화 해법을 조율한 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북한 체제 안전 보장을 맞교환하는 일괄타결식 ‘톱다운(top-down)’ 협상을 추진해왔다. 또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과 남북미 교역 정상화 등 경제적 보상까지도 내달릴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과 먼저 관계 정상화에 나서면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호락호락하게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시 주석의 요청으로 이번 방중이 성사된 만큼 북한은 향후 대화 국면에서 중국을 최대한 활용해 챙길 것은 제대로 챙기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북한이 중국을 끌어들여 대북제재를 완화하면서 북핵 협상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혈맹’과의 관계를 재정비한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의 공조체제로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면서 과거 6자회담 때처럼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이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하는 조치에 소극적일 경우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과 손을 잡으려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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