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기 들고 공동입장땐… 한국, 자국 국기 안든 첫 개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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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회담 ‘1·9 합의’]北,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북한이 9일 정부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요청을 흔쾌히 수용하면서 평창 땅을 밟는 북측 인사들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선수단은 물론이고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응원단에 더해 기존엔 참가한 적 없던 참관단과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까지 파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규모가 예상되는 북측 대표단을 위해 한국 정부도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 선수단 규모 5∼10명 예상

이날 회담에서는 우리 측의 제안으로 남북선수단의 경기장 공동 입장과 공동 응원단도 논의됐다. 북한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화답했고, 이후 올림픽 참가와 관련된 실무회담을 개최하는 데도 합의했다. 남북 공동 입장은 2000년 시드니 여름올림픽을 시작으로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등 9차례 있었다. 그동안 공동 입장할 때는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한 만큼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도 남북이 공동 입장한다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럴 경우 한국은 올림픽 개최국 중 자국의 국기를 들지 않고 입장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현재로선 북한의 경기력을 감안할 때 북측 선수단 참가 규모는 5∼10명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스하키 등 종목에 단일팀을 구성하면 북측 선수단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정식 경기가 아닌 시범경기(연습경기)에 참가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평창 참가가 가장 유력한 후보는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냈던 피겨페어의 렴대옥-김주식 조다. 이 밖에 다른 종목은 국제 수준과 격차가 있다는 평이지만 지난해 한국을 찾았던 여자 아이스하키, 쇼트트랙, 크로스컨트리 등이 출전 예상 종목으로 거론된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경우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북한의 상대가 안 됐다. 첫 대결이었던 2003년 아오모리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은 북한에 1-10으로 완패했다. 북한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가장 큰 점수 차 승리였다. 당시만 해도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는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했다. 그해 아시아경기에서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세계 랭킹은 13위였다. 하지만 한국이 꾸준히 전력을 보강하면서 전세가 역전돼 현재는 북한이 한국에 열세다.

쇼트트랙은 피겨페어 조 다음으로 평창 올림픽 출전권 획득이 유력한 종목으로 꼽혔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제1차 월드컵과 10월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 제2차 월드컵 남자 1000m에 김은혁과 최은성을 파견했다. 두 선수 가운데 평창행이 유력했던 김은혁은 2차 월드컵까지 35위를 기록해 월드컵 랭킹 32위까지 주는 출전권이 가시권에 들어왔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 상하이에서 시작된 제3차 월드컵에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으면서 사실상 올림픽 티켓을 포기했다.

○ 예술단, 참관단 첫 방문에 역대 최대 규모 될까

여기에 예술단이나 참관단 등 과거 대회엔 보낸 적 없는 단체들까지 가세하면 한국 땅을 밟는 사상 최대 규모의 대표단이 될 수 있다. 최근 무주에 왔던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은 36명이었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북한이 보낸 대표단은 수백 명에 달한다.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는 선수단 20명과 응원단 124명 등 144명이,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는 선수단 221명과 응원단 306명 등 527명이 왔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는 선수단 362명과 응원단 288명 등 사상 최대 규모인 총 650명을 보낸 바 있다. 북한이 패럴림픽까지 대표단과 선수단을 보낸다면 최소 27일간 우리 땅에 머물게 된다.

이번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둘러싸고 물밑에서 대북 접촉을 했던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은 “응원단은 지금 당장 모집이 어려워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모란봉예술단 등에서 차출해 파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북한 선수단이 얼마 오지 않기 때문에 예술단과 시범단은 경기 때 남한팀을 응원하거나 경기가 열리지 않을 때 공연과 시범을 보여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첫 회담에 큰 보따리를 풀어 놓은 북한이지만 대표단 체류 문제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들도 있다. 정부는 북한 대표단이 머물 공간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크루즈 아닌 육로로 오면 숙소가 필요한데 마련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양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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