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쌍중단 없으면 평화는 우담바라처럼 사라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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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접촉에 이어 다른 (북핵) 대화 촉진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북 간 긴장 완화는 ‘우담바라’(상상의 꽃)처럼 잠깐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져버릴 것이다.”

중국 공산당 런민(人民)일보 기관지 환추(環球)시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환영하는 5일자 사설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제목 역시 ‘한반도에 처음 나타난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이 우담바라처럼 금방 사라질 것인가’였다.

중국이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 온 쌍중단 조짐이 나타났다고 반기면서도 본격적인 쌍중단이나 북핵 6자회담 또는 북-미 대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한반도 긴장 완화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불안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이날 저녁 상무부를 통해 지난해 12월 통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의 이행 방안을 신속히 발표했다. 처음으로 한 해 대북 원유 제공 상한선을 52만5000t으로 명시하는 등 남북 대화 모드와 별개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책임을 전면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환추시보는 “남북 긴장 완화(만으로)는 (북한에 적대적인) 미국을 효과적으로 압박하기 어렵고 북한에 대해서도 비핵화 목표로 인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스스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은 분명히 제재의 장막을 깨뜨리려는 고려가 있다. 평양은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대화를) 진행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역시 논평에서 “북한이 제재 완화나 곡물, 원유 등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긍정적인 태도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과거 태도로 돌아가면 제재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매체들은 북한 핵 개발의 원인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에 있다는 인식도 재차 드러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선 남북 접촉이 중국이 제창해 온 쌍중단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논리다. 환추시보는 “북한의 핵 보유는 전반적으로 외부 조건이 자극해 일으킨 것”이라며 “외부 조건에 새로운 변화가 있으면 한반도 비핵화 목표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 북한을 자극할 압박을 완전히 중단하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대화 모드가 자신의 대북 압박 덕분이었다고 자찬하고 나섰다면 중국은 남북 대화 모드를 자신들의 쌍중단 제안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의 군사훈련 연기에 대해 “의심할 바 없이 좋은 일”이라고 환영했다. 런민일보도 “남북이 새해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올리브 가지(평화의 제스처)를 주고받는 것은 격려와 찬사를 보낼 만하다”고 밝혔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쌍중단#남북대화#우담바라#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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