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없는 특수활동비… “상납은 오랜 관행” “물타기”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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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청와대 인사 “정권 출범때마다 국정원이 대통령 몫 직접 설명”
DJ-盧측 “우린 받아 쓴 적 없어” 일각 “여야 할것없이 흘러가” 주장도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의 불법 사용 명세를 수사하자 정치권은 또다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박근혜 정부 인사들은 “김대중(DJ) 노무현 정부 때도 있던 오랜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 인사들은 “당시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오히려 야당의 물타기 작전이라며 반박했다.

이처럼 상반된 주장들이 나오는 이유는 특수활동비 명세를 대통령과 총무비서관, 국정원 내부에서도 자금 집행인 정도 외에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과거 정부의 관행을 폭로한다면 검찰의 조사로 이어질 수 있어 함구하는 측면도 있다.

과거 정부에서 재정 관료를 오래 지낸 한 유력 인사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특수활동비는 국무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오랜 경험상 과거 정부 땐 국정원 자금 비중이 컸다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는 정도가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청와대’의 몇몇 인사는 특수활동비는 ‘관행’이라며 사용 명세를 추정할 수 있는 몇 가지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전 정부 청와대 부속실에서 근무한 한 인사는 “어느 정부나 정권이 출범하면 ‘국정원 예산 중 이 정도는 대통령 몫’이라며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상의해 전달, 처분해 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돈으로 장차관,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인사를 오는 명절 때나, 이취임을 할 때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 이상의 봉투를 부처 운영을 위해 사용하라며 전달하곤 했다는 것.

매년 200억 원 정도 편성되는 공식 청와대 특수활동비 중 절반 이상은 직원들의 활동비나 수당으로 자동 배분되기 때문에 실제 대통령 특수활동비가 모자랄 수밖에 없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끌어다 썼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청와대의 수석비서관을 지낸 또 다른 인사는 “역대 어느 정부이건 국정원뿐 아니라 각 부처에 청와대 특수활동비 예산을 일정 부분 숨겨 놓고 집행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비밀리에 보내는 밀사라든지 누구에게도 알리기 힘든 기밀 업무, 목돈이 들어가는 ‘하사금’ 등에 이런 돈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현금인 데다 영수증을 증빙할 필요가 없어 사용처를 알 수는 없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가 당시 야당 인사들에게도 상당한 금액의 특수활동비를 쓰는 바람에 “벌써부터 야당에 줄을 섰다”는 의심을 받아 해명을 하는 등 소동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관행이라면 어느 정부까지였는지도 쟁점 중 하나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씨의 금품수수 사건에 국정원 돈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02년 김홍업 수사 때 관여한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계좌로 상당히 의심되는 정체불명의 것이 나타났는데, ‘개인 비리만 하자’고 해서 끊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수사 때 국정원 돈의 유입 여부는 전혀 나온 것이 없다.

이에 대해 DJ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난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DJ 정부는 (국정원 돈을 받은 게) 없다. (노무현 정부 때) 그 부분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 돈 유용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은 국정원장의 정례적인 독대보고조차 받지 않았다”고 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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