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전 합의했던 방송법 개정 미루는 민주당이 바로 적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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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표 릴레이 인터뷰]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국회 대표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 대표는 내년 6·13지방선거에서 바른정당과 
적극적인 선거연대 의지를 보인 반면에 정부여당과의 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진정성 없는 내부 흔들기용”이라고 평가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국회 대표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 대표는 내년 6·13지방선거에서 바른정당과 적극적인 선거연대 의지를 보인 반면에 정부여당과의 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진정성 없는 내부 흔들기용”이라고 평가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적폐청산이 지금처럼 ‘정쟁(政爭)’으로 변질되면 결국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적폐청산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구호로 이미 지나치게 정치화됐고, 기득권 양당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적폐청산의 목표는 “시스템과 제도의 개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표적인 예로 대선 전에 야3당이 합의했던 현행 방송법 개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보이는 태도는 (방송사 사장 임명 등) 누릴 만큼 누리고, 자기들 힘이 빠질 때 바꾸자는 것”이라며 “이 같은 민주당의 자세야말로 적폐다. 내가 하는 일은 적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정감사 이후 연말 국회가 추진해야 할 핵심으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방송법 개정 △일자리 관련 경제개혁 법안 처리 등을 꼽았다. 다음은 안 대표와의 일문일답.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어떻게 봤나. 취임 6개월에 대한 평가는….

“원고를 통해 봤다. 항상 하던 말씀이더라. 취임 6개월간 지난 정부에서 잘못된 부분을 고친 노력은 잘했다. 그러나 국정 운영을 아직도 선거운동하듯 하고 있다. 탈원전, 최저임금, 공무원 증원 등은 국가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하나같이 급하게 결정됐고 세부 실행 계획과 재정 계획이 안 보인다.”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에 대한 생각은….

“굉장히 위기다. 시정연설 직전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 때 청와대가 더 적극적으로 개헌에 나서야 한다고 건의했다. 대통령은 답변이 없었지만 청와대가 나서야 개헌이 가능하다. 권력구조 개편이 빠진 상태로 지방분권 등만 개헌하는 것에는 반대다. 권력축소형 대통령제든 이원집정부제든 좋다. 둘 중 하나를 고집하다 아무것도 못하고 이대로 머무르는 게 제일 나쁜 일이다.”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답보 상태다.

“어려워 보인다. 과장해서 말하면 개헌보다 선거구제 개편이 더 중요하다. 선거구제 개편 없이 (분권형) 개헌을 하면 (축소된) 대통령 권력이 기득권 양당 중진 의원한테 간다. 이것은 최악이다. 자유한국당은 개헌에 찬성하지만 선거구제 개편에 부정적이다. 민주당은 한국당과 반대 입장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이 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일대일 안보회담’을 또 제안했는데….

“청와대에서 했으면 좋겠다. 그걸 가지고 밀고 당기고 할 이유가 어디 있나. 정부도 협치 하고 싶으면 만나서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반대하거나 불편할 일 없다.”

―추미애 대표가 ‘공통 공약’ 물꼬를 터서 협치를 현실화하겠다고 했는데….

“국민의당뿐만 아니라 4당 공약엔 다 공통 공약이 있다. 그런데 보면 세부적인 것들은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도 다 인정하지만 내용은 다 다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사퇴하라고 했는데….

“중소기업·벤처 쪽은 세계적인 인재가 많은 분야인데 계속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를 하니 인재풀이 좁아져 무능력하고 부도덕한 인사들이 지명되는 것이다. 정말 좋은 사람이 많은데 ‘백지신탁’ 문제 때문에 수락을 안 한다고 하더라. 정부여당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만은 백지신탁 조건을 없애자고 제안하라고 하고 싶다.”

―바른정당 전당대회 이후 통합 논의를 재개하나.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는 데 당의 명운이 걸려 있다. 지방선거를 못 치르면 당의 미래가 없다. 다음에 어떻게 하겠다는 말을 할 만큼 여유 있지 않다. 우리가 선거연대까지 가능성을 열어놨으니 이제는 바른정당의 답을 들을 차례다.”

―왜 민주당과는 안 되고 바른정당과 더 가깝다고 보는지….

“국민의당이 이념 스펙트럼을 본다면 개혁적 중도노선을 지향한다. 바른정당도 마찬가지다. 노선 면에서 가깝다. 세계사적 관점에서 다당제는 필수다. 바른정당의 구성원들이 아무리 어려워도 잘 견뎌서 단합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당 일부 중진과 동교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는데,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곧 이들과의 결별도 염두에 두는 행보인지….

“선거연대마저 반대하는 당내 의견은 아주 소수다. 아직도 (일부 반발이) 있긴 하지만 연대 자체에 대한 반발은 아니다. 내부 공론화를 먼저 거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절차에 대한 부분이 섞여 있다.”

―바른정당과 햇볕정책 등 기본 정치적 포지션이 다르다는 지적이 있는데….

“모든 사람의 생각이 똑같을 순 없다. 민주당 한국당 내에도 이념 스펙트럼의 폭이 있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한 정당 내에서 안고 갈 만한 사안인지에 대한 문제다.”

―취임 후에도 당 지지율이 5%대에 머물러 있다.

“민심에는 항상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이 99.9도에는 안 끓지만 0.1도만 올라도 곧바로 끓지 않느냐. 그럼 그 전(100도 이전)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 않느냐. 대표 취임 후 두 달여간 전국을 다니며 민심을 들으면서 ‘축적의 시간’을 지내고 있다.”

―사드나 원전 문제에 대한 발언이 ‘우클릭’한다는 평가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를 배치하고 원전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재개했다. 이럴 때 정부가 우클릭했다고 하지는 않는다. 어떤 게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서 내놓은 답변이다. 국민의당은 우클릭 좌클릭이 아니라 ‘문제 해결 정당’이다.”

장관석 jks@donga.com·최고야 기자
#안철수#방송법#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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