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코앞까지 간 美국방… “한미동맹은 신뢰 신뢰 신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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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 방한, 문재인 대통령 예방

“판문점을 수십 차례 왔지만 북한군이 이렇게 관심을 보인 적은 없었다.” 27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을 지켜본 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군은 매티스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을 치밀하게 감시했다. 매티스 장관의 JSA 방문은 올해 1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매티스 장관은 오전 11시경 블랙호크(UH-60) 헬기를 타고 비무장지대(DMZ) 내 JSA 경비대대인 캠프 보니파스 헬기장에 내렸다. 남색 정장에 보라색 타이 차림이었다. 캠프 보니파스는 1976년 8월 18일 북한군의 ‘도끼 만행사건’으로 희생된 주한미군 보니파스 대위를 기리기 위해 붙인 부대 이름이다. 매티스 장관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경비대대 장병들을 격려한 뒤 DMZ의 최북단 경계초소인 오울렛 초소(OP)에 올라 북한 동향을 살폈다. 이 초소와 군사분계선(MDL)은 불과 25m가량 떨어져 있다.

MDL 너머 북측 판문각에서는 10여 명의 북한군이 분주히 움직였다. 이들은 망원경으로 남측을 수시로 관찰하거나 판문각 계단을 내려와 경계 자세를 취했다. 잠시 후 매티스 장관이 JSA로 들어서자 북한군들이 일제히 MDL로 접근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군 경비대원들은 불과 10여 m 앞에서 북한군과 대치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매티스 장관은 유엔사의 현황 보고를 받은 뒤 판문점 회담장으로 향했다. 양국 장관이 회담장에 들어서자 북한군 4명이 북측 지역 회담장 창문에 얼굴을 바짝 대고 내부를 뚫어져라 지켜봤다. 일부는 망원경을 들이대기도 했다.

매티스 장관은 회담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남북한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남한은 자유민주주의와 경제가 번창하는 데 반해 북한은 주민에게 족쇄를 채우고, 자유와 인간 존엄성을 부정하며 주변국을 재앙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도발에 맞서 굳건한 한미 동맹과 철통같은 대한(對韓)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오후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해 한국의 미 첨단무기 도입에 대해 “실무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관련 기술 협력에 가시적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과 매티스 장관의 만남은 50분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통상 외빈 접견이 30분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긴 대화가 오간 셈이다. 한미 양국 국기가 그려진 배지를 단 매티스 장관은 송 장관을 ‘내 친구(My friend)’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이 6·25전쟁 때 JSA에서 격전을 치른 미 해병 1사단 출신(사단장)임을 언급하며 “여러모로 감회가 깊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매티스 장관은 “취임 후 (2월에) 한국을 제일 처음 찾았다. 한미 동맹이 ‘신뢰, 신뢰, 신뢰’라는 세 가지 굉장히 중요한 부분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라고 했다. 매티스 장관은 ‘한국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얘기를 5차례 넘게 했다고 한다. 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면서 문 대통령의 북핵 평화적 해결 원칙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오늘 나눈 얘기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꼭 전달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미 측은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 샐리 도널리 미 국방부 수석고문이, 청와대에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 배석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문병기 기자 / 판문점=국방부 공동취재단
#한미동맹#매티스#판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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