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금줄 기업 43곳, 美제재 명단서 빠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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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품 운송 中-말레이시아 업체 등
중국내 북한 노동자 가공 수산물도 월마트 등 美유통업체에 납품
美대북제재 곳곳에 구멍 드러나

미국 소비자들이 미국 내 대형마트를 통해 북-중 접경지역의 중국 업체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가공한 수산물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6일(현지 시간) 뒤늦게 북한 노동자들이 가공한 수산물뿐 아니라 다른 모든 상품의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그간 북한 생산품 수입을 금지한 미국 법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훈춘(琿春)시의 중국 식품 가공업체에서 북한 종업원들이 생산한 연어, 대게, 오징어 등 수산물 가공식품이 미국 수입업체를 통해 월마트, 알디(저가 슈퍼마켓 체인) 등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돼 왔다. AP통신이 운송기록을 확인한 훈춘시의 한 업체에서만 지난해 2000t의 수산물 가공식품이 미국과 캐나다로 수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미국 기업들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이들이 생산한 제품을 수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으니 이 법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훈춘시의 경제합작구 내 중국 업체들이 북한 노동자 3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이 평균적으로 받는 임금 300∼385달러(약 34만∼44만 원) 가운데 약 70%가 북한 정권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북한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 대부분은 북한으로 넘어간다”며 “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핵무기를 개발하는 김정은 정권을 지원한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유엔 대북제재 조사단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로 파악한 북한, 중국, 말레이시아 등의 기업 57곳 가운데 43곳이 여전히 미 국무부의 제재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배스트윈무역은 8월 이집트 인근 해역에서 북한산 로켓 수류탄 3만 발을 운송하다가 이집트 당국에 압수된 북한 선박 ‘지선호’를 소유한 운송업체이지만 국무부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찰총국이 운영하면서 군사부품을 북한에 공급하는 말레이시아의 글로콤도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북한#자금줄#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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