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 재난조사기구 필요… 헌법에 ‘국민안전권’ 명시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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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회’ 정책학회 학술대회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정책학회 하계특별학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재난안전 정책의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정책학회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와 채널A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국민안전권의 강화와 독립적 사고조사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정책학회 하계특별학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재난안전 정책의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정책학회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와 채널A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국민안전권의 강화와 독립적 사고조사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새로운 헌법에 ‘안전권’을 국민 기본권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양한 형태의 재난 특히 ‘복합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부처 간 장벽을 뛰어넘는 안전조직의 위상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복합재난은 특정 유형의 재난이 다른 유형으로 전이되거나 여러 재난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걸 말한다.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정책학회(회장 이용모) 하계특별학술대회에 참석한 정지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헌법에 국민안전권 명시’와 ‘독립적 사고조사기구 설치’를 대표 과제로 꼽았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후원한 이번 학술대회는 ‘안전사회 구현을 위한 정책대안 모색’을 주제로 열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민안전처 해체, 소방청 및 해양경찰청 신설 등 국가 재난조직 개편 과정에서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 국가의 적극적 역할 필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현행 헌법(34조 6항)에 명시된 내용이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근거다. 하지만 정 교수는 “방향성이 없는 선언적인 목표에 불과하다”며 “국민 각자가 국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갖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어떻게 국민을 지켜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향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그동안 안전 관련 조직은 일관성과 독립성을 갖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신설된 소방방재청이 한국의 첫 독립적 재난대응 기구일 정도다. 그만큼 재난대응 조직의 역사가 짧다. 노무현 정부 때 행정자치부와 이명박 정부 때 행정안전부가 사회재난 때 전면에 나서지만 부처를 뛰어넘는 ‘안전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생긴 국민안전처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안전행정부의 비상대비기획국과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을 모았지만 다른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지난달 강원 강릉·삼척시 일대의 대형 산불은 안전처에 대한 국민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특히 산불 때는 최초 발화 후 첫 긴급재난문자를 보내기까지 30시간 가까이 걸렸다. 각각 보건복지부, 산림청과의 업무협조만 제때 이뤄졌어도 신속하게 상황 전파를 할 수 있었지만 권한이 분산된 탓에 불가능했다.

정 교수는 “자연 육상 해상 사회 등 재난의 공간 범위에 따라 산림청 해경 국가정보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으로 나뉜 재난대응 조직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새 정부에서는 부처와 지자체 사이에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해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림청 관계자도 “대형 산불 대응과정을 분석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의 영향과 재난대응체계 개선방안 등 산림재해의 통합적 관리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상설 사고조사기구 신설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대한항공기 괌 추락(1997년), 대구지하철 방화(2003년), 세월호 침몰(2014년) 등 대형 재난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재난 때마다 대규모 사고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약해 이해당사자 간 논란만 부추기고 대책 마련 역시 흐지부지되는 일이 잦았다. 국민이 정부의 재난대응 능력을 낮게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제2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해 “‘한국형 독립 사고조사기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구성됐던 사고조사기구처럼 응징적 일회성 처벌에 중점을 두기보다 미래의 재난 가능성을 차단하는 정책 연속성에 중심을 두고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재난전문가가 모인 상시 조사기구에서 예측-예방-대비-대응-복구-조사로 이어지는 재난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육상을 맡고 있는 소방 외에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로 나뉜 철도와 항공, 해양에서의 사고조사 권한을 이 독립적인 사고조사기구에 부여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복합적인 사회재난의 재발 방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지역에 있는 화학물질 저장소처럼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는 요인에 대한 정보를 항상 공개하고 각 부처의 재난대응 능력을 점검하는 간접적 통제기구와 연계해 사전에 재난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용모 한국정책학회 회장은 “후속 조치 위주의 재해·재난 대응에서 잠재적 안전 위협요인을 찾아내 선제 조치를 취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혁신과 패러다임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헌법#국민안전권#안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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