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신현웅]대선후보들이 배워야 할 세종의 용인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
15일은 세종대왕 탄신 620돌. 세종은 문화의 힘을 알고 예·악 중심의 문화정치를 펼쳤다. 그는 문화적 식견과 표준을 갖춘 언어학자, 음운학자, 작곡가이다. 말과 글이 문화의 기본이라는 것을 인식하여 백성들이 우리말과 글을 쉽게 쓸 수 있도록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한편 음악의 힘을 중시하여 박연으로 하여금 음악을 정리하고 표준화하게 하는 등 15세기 조선에 찬란한 문치의 시대를 열었다. 오늘날 문화창조, 문화융성 등 문화정책은 구호에 치우친 감이 있다. 문화는 사치품이나 장식품이 아니고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심 가치다. 이 시대의 정치 지도자는 세종의 문화주의 정치철학을 오늘에 되살려야 한다.

세종은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백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민본정치를 우선시했다. 세종은 전제·세제를 실시하기 전에 공법(貢法)안에 대해 300명의 암행어사로 하여금 조선 8도의 수령, 품관, 촌민 17만3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게 했다. 9만9000명 찬성, 7만4000명 반대로, 찬성이 더 많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이 법안을 폐기시켰다. 그 이후 집현전, 전제상정소에서 수년에 걸쳐 반대 의견도 수렴, 보완하여 시행함으로써 백성들의 삶이 넉넉해지고 왕실 재정도 튼튼해졌다.

한편 백성들이 예와 도를 알 수 있도록 삼강행실도를 만들었는데, 그중에 조선왕조 창업에 반대한 고려왕조의 충신인 정몽주와 길재도 기리게 했다. 이 시대 정치인들은 세종의 통합철학을 본받아 좌우, 보수 진보, 영남 호남 등 편 가르기로 찢어진 국민을 통합하는 정치를 펼쳐야 한다.

세종은 신분, 당파를 초월해 뛰어난 인재를 널리 구하여 그들을 신뢰하고 적극 밀어주는 용인정치를 실천했다. 지도자 덕목의 으뜸은 용인술이다. 황희, 맹사성 등 명정승을 발탁했고 관노 신분의 장영실을 궁으로 불러들여 종3품까지 올려주고 이천, 이순지, 신희 등과 함께 20여 년간 과학 진흥에 전념케 하여 당대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문명을 꽃피웠다.

이 시대는 과거의 틀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문명의 대전환기이다.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이 시대의 정치 지도자는 세종의 용인술을 본받아 대선 캠프, 폴리페서 중심의 편협한 인재 등용의 관행을 깨야 한다.

또한 세종은 왜구와 여진족의 침탈에 수세적인 방어가 아닌 선제적이고 공세적인 안보정치에 힘써 평화시대를 열었다. 힘으로 평화를 지킨 세종의 안보정치 리더십을 이 시대 정치인은 배워야 하지 않을까. 세종대왕의 정치 리더십을 오늘에 되살려 소통과 통합의 정신으로 문화정치, 민본정치, 용인정치, 안보정치를 펼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
#세종대왕#애민정신#대선후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