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기경 고리원전본부장 “원전 사고 알고 보면 경미한 수준… 방사능 유출 공포감 갖지 마세요” 강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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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안전 위해 직원들 전력투구… 시민들 대상 교육-홍보 강화할 것”

냉각재 누설, 격납건물 철판 부식….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이하 고리원전)가 최근 잇단 안전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부산 기장군을 비롯한 고리원전 인근 주민은 불안해하고 반핵·탈핵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는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누구보다 고리원전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자부하는 노기경 고리원전본부장(56·사진)은 1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사고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실제보다 우려가 부풀려졌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노 본부장은 1월 취임했다.

지난달 고리4호기에서 발생한 냉각재 누설(漏泄) 사고에 대해 노 본부장은 “지난달 26일 처음 누설을 인지하고 원자로를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55시간 동안 새어 나온 냉각재는 306L”라며 “이는 원자로 전체 냉각재의 0.12%에 불과하다. 자동 보충 설비로 40초 만에 보충이 가능한 양”이라고 설명했다. 노심(爐心)을 위협할 정도로 냉각재가 많이 누출되지도 않았으며 방사성 물질 오염을 거론하기에도 매우 미미하다는 취지로 들렸다.

냉각재는 원자로 내부의 관을 타고 순환하며 핵분열 반응 때 발생하는 열을 식힌다. 원자로가 정상 운영될 때는 시간당 1.5L의 냉각재가 자연적으로 수집조(槽)에 모인다. 그러나 사고 당시에는 평소보다 양이 증가했다. 증기발생기의 배수관에서 누설된 냉각재였다.

노 본부장은 사고를 인지하자마자 원전 가동을 멈추지 않은 까닭에 대해 “원자로를 멈추기 위해선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고 정지 요건에 해당하는지 우선 확인해야 한다”며 “법으로 규정된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라 정확하게 대응했다”고 해명했다. 늑장 대응이 아니라 정상 대응이라는 얘기였다.

이어 “일각에선 중대사고라고도 하는데 당시 상황은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기준에 따르면 최하 등급인 0등급에 해당한다”며 “내부에선 ‘사고’가 아니라 ‘사건’으로 칭한다”고 밝혔다. INES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원자력 시설과 이용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 관련 위험성을 정한 평가 척도다. 0∼7등급으로 나뉘며 등급이 높을수록 위험성이 크다.

고리4호기뿐만 아니다. 1월 계획예방정비 과정에서 고리3호기의 원자로 격납 철판 일부가 부식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노 본부장은 “정밀하게 나눈 20여만 지점을 초음파 설비로 조사한 결과 격납건물 전체 면적의 0.1%에 해당하는 127곳에서 철판 두께 감소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5.4∼5.6mm 줄어든 곳이 60곳, 나머지는 5.4mm 미만이었다.

그는 “원전 가동 중 발생한 부식이 아니라 원자로를 지을 때 콘크리트 외벽과 철판 사이에 물과 염분이 들어가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두께가 준 부위 철판을 오려내고 새 철판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방사능 유출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노 본부장은 “원전의 각종 사건, 사고는 내용을 자세히 알면 막연한 공포심이나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거의 없다”며 “원전 안전에 누구보다 민감한 내부 직원들이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일에 열중할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시민을 위한 원전 교육 및 홍보도 한층 강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1979년 한국전력에 입사한 노 본부장은 38년 내내 고리원전에서만 일하며 고리1발전소 발전부장, 고리본부 교육훈련센터장, 고리제3발전소 소장을 역임했다.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업무는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1호기의 영구(永久) 정지다. 1978년 가동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6월 정지된다. 이후 해체 작업에는 약 15년간 1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노 본부장은 “말단 직원 때부터 현장에서 관리해 온 고리1호기가 40년간 소임을 마친다니 감회가 깊다”며 “해체 전략을 수립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만큼 방사성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게 해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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