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웅의 SNS 민심]정권 교체 vs 정치 교체, 어디에 더 반응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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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대중은 결코 한가하지 않다. 모든 세상사에 관심을 주기 어렵다. 관심도 희소한 가치를 지니는 재화와 같기 때문이다. 조직의 결정권자들은 바쁘기 때문에 상세 내용보다는 핵심만 담긴 간결한 보고를 요구한다. 선거에서는 유권자가 최고 결정권자다. 제대로 된 후보를 뽑으려면 그간의 경력, 성과, 비전, 공약, 도덕성 등을 두루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여유가 없는 대중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후보들도 유권자에게 깔끔하게 정리된 요약 보고서를 올려야 한다. 그게 바로 선거 프레임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대선판에 뛰어들면서 ‘정치 교체’를 외쳤다. 야권의 ‘정권 교체’에 대항하는 프레임으로 내세운 것이다. 올해 들어 온라인에서 정권 교체와 정치 교체의 언급량 추이를 통해 대중의 관심 수준을 엿볼 수 있다. 정권 교체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는 만만치 않다. 정치 교체는 반 전 총장이 귀국한 12일을 지나면서 다소 높아진 양상이다. 귀국 다음 날인 13일엔 정치 교체 1278건, 정권 교체 1254건으로 미세하게나마 정치 교체 언급량이 많았다. 그러나 뒷심이 충분히 받쳐 주지는 못하고 있다.

 선거 프레임은 선거의 지형을 창조하는 일이다. 잘 만든 프레임 하나가 다수 조직보다 낫다. 효과가 좋은 프레임은 선거를 치르기 전에 이기게 만들기도 한다. 선거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니 사실 선거 전략의 거의 전부인 셈이다. 일단 대중이 반응할 만해야 한다. 그 다음에 자신의 우월함과 경쟁 후보의 부실함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면 금상첨화다.

 현 상황에서 정권 교체 프레임은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두 번 연속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보수가 평가받는 국면으로 진입했다. 보수의 경제 신화도 흔들리고 있다. 초대형 게이트도 발생했다. 정치 교체 프레임은 이에 맞서는 위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반 전 총장이 정치인 출신이 아니고 대중의 정치 불신 기류도 존재하기 때문에 써봄 직하다. 다만 이전에도 나왔던 것으로 신선함이 크진 않다. 정권 교체를 압도하는 프레임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정치 교체의 주요 연관어를 살펴보면, ‘반기문’과 반기문에 따라붙는 ‘(유엔) 사무총장’이 많다. 반 전 총장이 이번 대선 국면에서 상표권을 보유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뒤이어 ‘박근혜 대통령’ ‘경제’ ‘시대’ ‘사람’ 등이 나온다.

 정권 교체의 주요 연관어 중에는 ‘문재인’이 가장 많았다. ‘반기문’도 많았는데 정권 교체의 주체로 보기보다는 경쟁자와 함께 거론되는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촛불’ ‘개혁’ ‘안철수’ ‘박원순’ 등이 뒤이어 나온다.

 반 전 총장과 관련해 ‘제3지대’ 얘기도 나온다. 당연히 제3지대 주요 연관어 중 단연 1위는 ‘반기문’이다. 그 다음은 ‘개헌’이다. 개헌을 매개로 제3지대를 구축하려 한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연대’ ‘손학규’ 등의 단어도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중도화 전략도 펴고 있다. 협소해진 보수층만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적극적 중도 행보를 보일 경우 보수 강경층의 반감을 야기하는 딜레마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여러 세력을 흡수하려는 제3지대도 조기 대선으로 인한 물리적 시간 부족, 핵심 축인 국민의당의 기류 변화, 여러 주자의 자기희생 필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코디네이터의 부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선거 프레임#정치 교체#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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