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부채 1000조 시대… 대선 겨냥해 추경 편성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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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이 23일 당정협의 뒤 브리핑을 통해 “내년 2월까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성장률이 2.5% 미만이 되거나, 내년 1분기를 지나 본 뒤 추경 편성을 판단하겠다던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추경 적극 검토로 입장을 바꿨다. 여야가 3일 처리한 400조 원 규모 내년도 슈퍼예산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9년 만에 2월 추경 편성을 결정한 것이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최순실 게이트로 경제 상황이 외환위기 때 못지않게 얼어붙고 있고,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과 계란 파동, 소비 위축 등으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는 손놓고 있던 새누리당이 갑자기 ‘내년 정치 일정’을 거론하며 정부에 2월 추경 편성을 압박하는 것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재정을 퍼부어 표를 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도 20일 대정부질문에서 “경제는 타이밍”이라며 20조 원이 넘는 추경을 주문했다. ‘친문(친문재인) 지도부’가 추경을 이끌어 냈다고 강조해 대선 고지를 선점하려는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모처럼 배짱이 맞은 셈이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는 임기 5년 중 2014년을 빼고 4년에 걸쳐 추경을 편성하게 된다. 확장적 재정 추진-추경 편성-재정적자 확대의 ‘재정중독’이 굳어지면서 지난해 말 기준 1003조5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 원대를 넘어선 공공부채는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 8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잉여세수를 추경 재원으로 쓴다고 해도 나머지는 국채로 조달해 국민에게 빚을 떠넘길 판이다. 

 미국은 기업에 온갖 혜택과 인센티브를 주면서 투자심리를 살린 덕분에 올 3,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가 연율 기준 3.5%의 ‘GDP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추경 같은 재정정책이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내수진작책은 미래의 돈을 당겨 쓰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정경유착에 사로잡힌 정부, 쪽지예산을 챙긴 여야 정치권이 대선용 ‘나눠 먹기 추경’을 뿌릴 궁리나 하고 있다는 사실이 통탄스럽다.
#새누리당#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유일호#조선업 구조조정#최순실 게이트#조류인플루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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