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김태훈]北인권에 3년 연속 경고 공개처형 참상에도 분노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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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상임대표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상임대표
 최순실 국정 농단 문제로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져 있고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질서정연하게 대통령을 질책하고 공분하는 시민들의 함성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측면도 있다.

 지금 북한에서는 엄연한 헌법상 국민인 2400만 북한 주민이 그들의 뜻과 무관하게 주권을 강탈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에 걸쳐 수십 년간 노예로 살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광복 후 최악의 북부지방 홍수 피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9월 9일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로 인한 국제적 고립의 피해는 고스란히 북한 주민에게 돌아가고 있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다. 단순한 불만 몇 마디에도 잔인하게 공개 처형을 당하거나 영영 나올 수 없는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참상을 대변해 줘야 할 자유 대한민국에서는 이에 대해 분노를 표시한 적이 없다. 오히려 국제사회가 분노하여 유엔은 2003년부터 계속 북한을 규탄해 왔고,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의 인권침해는 현대사회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반(反)인도 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15일(현지 시간) 열리는 제71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도 2014년과 지난해에 이어 3년 연속 북한의 김정은을 비롯한 인권 유린자들을 반인도범죄로 ICC에 회부하도록 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당사국인 대한민국 국회는 2005년 8월 발의된 북한인권법을 올해 3월 2일 겨우 통과시켜 9월 4일부터 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시행 두 달이 넘도록 북한인권 실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비정부기구(NGO)를 지원할 북한인권재단도 구성하지 못했다. 이 재단에는 통일부 장관이 2명, 여야 정당이 10명을 이사진으로 추천하게 되어 있는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재단 사무총장직을 수행할 이사 몫까지 요구해 국회가 전체 10명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유엔 결의를 비롯해 그나마 북한인권 개선 활동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국내외 NGO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들에 대한 지원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긴요하고 시급하다. 국정 수행의 중요 책임을 맡고 있는 제1야당이 11년 만에 겨우 제정된 법마저 어기고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을 막는 것은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도 분노는커녕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현 상황이야말로 국정 농단 사태 못지않게 분노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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