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靑쇄신 선언하고, 여야는 협치 밑그림 내놔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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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정국 수습, 답을 찾아라
‘국정위기 극복’ 전문가 제언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리더십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거국중립 내각’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현 상태로는 경제 위기, 안보 위기가 겹친 대한민국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역부족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거국내각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붕괴된 리더십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박 대통령이 조속히 후속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을 운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 거국내각 놓고 전문가들도 제각각

 동아일보가 28일 정치 전문가 7명과 인터뷰한 결과 5명은 “거국내각을 구성해 흐트러진 국정운영 리더십을 추슬러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2명은 “방법론은 맞지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대통령이 리더십을 상실해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국회가 주도적으로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안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명박 정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출신인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도 “현재 상황은 단순히 최순실 게이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큰 위기 국면”이라며 “대통령과 내각이 이 문제를 풀기는 불가능해 거국내각 구성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현재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거국내각 실현 가능성을 두고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한국정치학회장인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거국내각은 현재로서는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며 “거국내각으로 가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나 여야 합의 등) 선결 조건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도 “거국내각을 최선의 대안으로 설정하고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거에도 같은 제안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구현된 경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 청와대 참모진 운용 개선

 전문가들은 청와대 비서진 교체를 가능한 한 빨리 단행할 것을 제안했다. 거국내각 논의에 앞서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받아들여지는 청와대 비서진 운용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전 총장은 “지금처럼 청와대 수석들이 대면보고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선 단순히 인물을 교체한다고 국민들이 쇄신 의지를 느낄 수 없을 것”이라며 “국정운영 의사결정 과정에 수석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대통령과 수시로 회의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본질적으로 대통령의 리더십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시스템 변화만 꾀할 게 아니라 국정을 대하는 대통령의 태도부터 바꾸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박 대통령이 거국내각을 수용할 경우 사실상 행정부의 역할이 커지기 때문에 청와대 개편이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병준 교수는 “거국내각을 구성하면 장관들이 여야의 정치적 합의로 임명되기 때문에 인사검증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역할 역시 총리실에서 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권력 분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 대통령 레임덕 인정이 더 중요

 전문가들은 거국내각 실현 논의에 앞서 “대통령의 결단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현 상황을 레임덕으로 인정하고 자신의 선출 권력을 고집할 게 아니라 청와대와 내각을 확실하게 쇄신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2012년 대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 정무분과 위원을 지낸 장훈 중앙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하려면 대통령이 직접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거국내각을 부정적으로 전망한 이현우 교수도 “조금 더 대통령의 후속 조치를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며 “청와대 참모진, 내각이 총사퇴하고 새롭게 꾸려진 뒤 이를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내각 쇄신 여부와 그에 따른 여론 추이에 따라 리더십이 다시 설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거국내각 구성이 불가능해지더라도 인적 쇄신 이후 구성될 내각은 여야, 시민단체, 학계 등 각 분야에서 동의하는 인사를 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아울러 협치가 가능한 국정 운영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원택 교수는 “여야 협의체 구성을 통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는 협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여야 정치권이 1차적으로 타협을 이뤄내고 협치 시스템을 만들면 국민들의 불안도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거국내각을 구성하든, 리더십을 바로 세우든 정치권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의미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여야가 당리당략에만 골몰해 정파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정치권에서 먼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택 교수는 “당장 최순실 특검 여부를 놓고도 여야가 반목하고 있는데 조금 더 국정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여야가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유근형·송찬욱 기자
#박근혜#거국내각#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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