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모친 건보료 부정수급 받은 김재수 후보자 사퇴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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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모친이 빈곤층 대상의 의료 혜택을 받은 것을 놓고 부정수급 공방과 공직자의 자질 논란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와 그의 동생이 돈을 버는데도 모친이 의료보호 대상자, 차상위계층으로 등록돼 2500여만 원 상당의 의료비 혜택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2006년까지는 동생이 부양자였고, 내가 해외 근무를 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독립으로 됐다”며 “(차상위계층 등록은) 동생도, 나도 몰랐다”고 발뺌했다. 올해 5월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동생의 직장 건강보험 피부양자에 모친의 이름을 뒤늦게 올린 사실을 추궁받자 그는 “행정기관에서 걸러지지 않은 게 의아스럽다”며 행정 착오로 넘기려 들었다.

김 후보자의 경우 부모의 이혼으로 호적상 모자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문제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원에 따르면 복지재정 부당지급 금액이 4460여억 원이나 됐다. 부정 의료 혜택을 받는 사람이 많아지면 꼭 지원을 받아야 할 어려운 사람에게 돌아갈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매달 1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한 생계형 체납자만 100만 가구에 이르는 마당에 고위 공직자가 “몰랐다”는 이유로 용서받긴 어렵다.

김 후보자가 농림부 시절 농협에서 ‘황제 대출’을 받고 CJ빌리지에서 ‘황제 전세’를 살았던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농림부 업무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1년 김 후보자가 농산물유통국장 시절 CJ에서 만든 햇반 등 쌀 패스트푸드 시식 행사를 주관하고 여러 차례 언급한 기록이 있다”고 폭로해 망신을 샀다. 중앙부처 공무원이 산하기관을 ‘뜯어먹는 갑을관계’가 관행이 되면서 특혜를 받아도 특혜라는 인식이 없고, 부패를 저지르고도 부패인 줄 모르는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

국민 혈세를 가볍게 알고,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사익(私益)을 챙긴 공직자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된다면 농업보조금 등을 부정 수급하는 사람들을 엄단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후보자를 인사검증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공직사회의 공공의식과 도덕성이 땅에 추락했다는 의미다. 김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옳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부정수급#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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