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원이 낸 규제법안 3중 검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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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사각지대 의원입법]
선진국선 어떻게 하나

한국의 대다수 국회의원은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영향평가를 입법권에 대한 침해로 여긴다. 정부가 의원입법을 규제 양산의 ‘주범’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도 ‘규제 매카시즘’이라며 강력 반발한다. 하지만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에선 의원입법 규제심사를 삼권분립의 문제가 아닌 합리적 규제개혁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법률안 제출권을 의회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규제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된다. 하지만 입법의 남발을 막기 위해 미국 의회는 자체적으로 엄격한 심의 절차를 두고 있다. 의회 내 기구인 의회예산국(CBO)과 의회조사국(CRS), 회계감사원(GAO) 등이 법안의 타당성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런 심의 과정을 통해 규제 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이뤄진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선 입법권과 행정권이 융화돼 있다. 따라서 의원입법에 대한 정부기관의 분석과 평가에 대한 큰 반발이 없다. 영국에서 정부법안은 꼭 규제영향평가를 거쳐야 하고 의원입법의 경우는 규제영향평가가 권장사항이다. 하지만 정부가 반대하는 의원입법 형태의 규제법안은 반드시 규제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의원입법 규제는 사실상 통과가 불가능하다.

법률안 제출권을 정부와 의회가 공유하고 있는 프랑스는 2008년 헌법개정을 통해 법률안에 들어 있는 규제에 대한 심사제도를 도입했다. 정부입법안과 의원입법안 모두 규제심사 내용이 담긴 입법영향분석서를 첨부해야 의회에 제출할 수 있다. 의원입법에 대해선 최고행정법원인 국사원(國事院·Conseil D‘Etat)이 추가로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독일은 그동안 행정부와 관련한 규제개혁에 관심을 기울여 왔지만 최근에는 입법부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연방정부 기구인 연방규범통제위원회가 의원입법으로 만들어진 규제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며, 의회의 위임이 있을 경우 규제영향평가를 실시하기도 한다.

스위스에서는 법안의 90% 이상이 정부입법을 통해 만들어진다. 나머지 대부분은 국민이 직접 법안을 발의한다. 의원입법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이들 법안 역시 정부입법이나 국민입법과 마찬가지로 규제에 대한 입법영향분석을 받는다. 의회 상임위원회가 직접 입법영향분석을 실시하며, 의회 소속 감사원에 분석을 요구할 때도 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국회의원#의원입법#규제영향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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