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앤 규제도 되살리는 ‘규제 제조기’ 의원입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불공정 논란에 폐지된 ‘中企적합업종 법제화’ 부활 추진
20대 국회, 규제법안 259건 발의… “의원입법도 규제영향평가 도입을”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지난달 2일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일부 업종을 지정해 중소기업이나 중소상인만 영업할 수 있도록 강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의 진출 자제를 권고하는 것보다 한층 강화된 내용이다. 문제는 해당 규제가 2006년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1985년 도입된 고유업종 제도는 일부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는 현상과 통상 마찰의 우려 때문에 폐지됐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의원입법을 통해 10년 만에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5일 국무조정실과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정부는 상반기(1∼6월) 동안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1803개 규제를 평가해 이 중 675개(37%)를 개선 또는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20대 국회는 5월 30일 개원 이후 259건의 규제 법안을 쏟아냈다. 법안 한 건당 규제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의원입법에 포함된 규제는 700개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정부가 6개월 동안 없앤 숫자만큼의 규제를 국회가 불과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다시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의원입법은 정부입법과 달리 사전 규제영향평가를 받지 않는 탓에 규제 양산의 주범으로 꼽힌다. 재계에서 “기업 규제가 폭포처럼 쏟아진다”고 토로할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단두대(기요틴)’ ‘혁명’ ‘암 덩어리’ 등 강경한 표현을 쏟아내며 규제 개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체감도가 여전히 낮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재정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규제 개혁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민간 부문의 활력을 키울 수 있는 수단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의원입법을 관리 사각지대에 둔 채 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외끌이 규제개혁’으로는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회법 개정을 통해 의원입법에도 정부입법처럼 규제영향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며 “의원입법으로 만들어지는 규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더불어민주당#우원식 의원#中企적합업종 법제화#의원입법#규제영향평가#규제법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