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軍, 부국으로 가는 길]첨단 군사 기술, 국가발전의 초석이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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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서 열린 무기 전시회 각국 기업들 치열한 경쟁 벌여
1975년 탄약 판매로 수출 시작 이젠 민간수출에 시너지 효과 톡톡

최근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 인근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지상분야무기 전시회(유로사토리 2016)의 야외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각국 방산업체들이 출품한 군용차량과 관련 장비들을 둘러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을 포함해 70여 개국 1600여 개 업체들이 참가해 치열한홍보전을 펼치며 세계 수출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진 출처 유로사토리 2016 홈페이지
최근 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성황리에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지상분야 무기 전시회(유로사토리·Eurosatory)는 한국 방위산업의 역량과 잠재성을 점검하는 중요한 무대였다.

과거 소총 한 자루도 만들지 못하던 ‘방산 불모국’에서 40여 년 만에 초음속 항공기와 전차, 정밀유도무기까지 생산하는 ‘방산 강소국’으로 도약한 한국 방위산업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 참가한 국내 방산업체들이 선보인 다양한 무기의 성능을 확인한 여러 나라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수출로 이어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 등 70여 개국 1600여 개 사 치열한 수출 홍보전
세계 최대 규모의 지상분야 무기 전시회인 ‘유로사토리 2016’에 참가한 각국 방산업체의 주요 무기제품들. 한국관에 전시된 한화테크윈의K-9 자주포 실물. 사진 출처 유로사토리 2016 홈페이지
세계 최대 규모의 지상분야 무기 전시회인 ‘유로사토리 2016’에 참가한 각국 방산업체의 주요 무기제품들. 한국관에 전시된 한화테크윈의K-9 자주포 실물. 사진 출처 유로사토리 2016 홈페이지

올해로 25회를 맞은 유로사토리는 13일(현지시간)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까지 진행됐다. 1967년 프랑스의 사토리 기지(Camp Satory)에서 처음으로 열린 뒤 격년제로 개최되다가 1992년부터 유로사토리로 명칭을 변경해 파리 드골 국제공항 근처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미국의 록히드마틴을 비롯해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70개국 1600여 개 업체가 전차와 헬기, 미사일, 통신장비 등 지상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첨단 신무기를 대대적으로 선보여 전시장은 연일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한국은 21개 업체가 참가했다. 2014년 16개 사가 참가한 것에 비해 참가 업체가 다소 늘어났고 한국 전시관의 규모도 2014년 205m²에서 올해는 638m²로 약 3배로 확대됐다. 중국과 일본,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의 업체들도 다수 참가했다.

한국 전시관에는 한화테크윈과 한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S&T모티브, 비츠로셀, LS엠트론 등 8개 사가 단독으로 부스를 설치했다. 나머지 13개 중소업체들은 중소기업관에 자리를 잡고 각사가 보유한 첨단 기술이 접목된 방산 제품을 선보였다.

한화테크윈 측은 K-9 자주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유럽 여러 나라와 전시회 현장에서 상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K-9 자주포의 실물을 전시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화는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의 발사 시험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지대공 미사일 표적탄(K-BATS) 실물을 현장에 전시하고 수출 시장 개척에 나섰다. 세계 주요 방산업체들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지대공 미사일 표적탄 시장에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앞세워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또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 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기동헬기(KUH-1) ‘수리온’의 모형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KAI는 앞으로 수리온을 개량한 다양한 파생 제품을 개발해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 밖에 한국군의 개인화기를 주로 생산하는 S&T모티브는 K2 소총 개량형인 K2C1, K3 경기관총, K6 대공용 중기관총, K14 저격용 소총 등 최신 제품을 선보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지상분야 무기 전시회인 ‘유로사토리 2016’에 참가한 각국 방산업체의 주요 무기제품들. 사진 출처 유로사토리 2016 홈페이지
세계 최대 규모의 지상분야 무기 전시회인 ‘유로사토리 2016’에 참가한 각국 방산업체의 주요 무기제품들. 사진 출처 유로사토리 2016 홈페이지

기아자동차는 ‘한국형 험비’로 불리는 소형전술차량(LVT)의 실물을 전시관에 비치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시회에 참가한 각국의 군 관계자들은 다른 나라의 동종 제품보다 성능이 우수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이 차량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기아차는 한국군 최초의 다목적 전술차량인 소형전술차량을 개발해 현재 양산 준비 단계를 밟고 있다. 또 이번 전시회에서 세계 시장을 겨냥해 세계적 수준의 철갑탄 방호력을 갖춘 기갑수색차량과 카고 차량 등 2종의 콘셉트카를 전시해 미국의 험비와 프랑스의 셰르파, 이탈리아 이베코사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중소업체들도 첨단 신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장비를 전시했다. 기존에는 8명이 2시간 동안 청소하던 전차나 자주포의 포신을 1사람이 10분 만에 끝낼 수 있도록 한 포구자동청소기(수성정밀기계),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통화 및 위치 정보 공유가 가능한 휴대용 디지털 무전기(인소팩), 국산화에 성공해 올해 우리 해군에 처음으로 납품한 잠수함 음파탐지부표(메타네트웍스) 등이 선보였다

소총에서 초음속 고등 훈련기까지, 도약 거듭한 한국 방산

한국 방산의 첫걸음은 참으로 미약했다. 1970년대 초 북한의 위협과 주한미군 철수 등 안보 위기에 맞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무기 국산화를 내걸고 자주국방을 선언했다. 방산 관련 기술이 전무했던 시절 무모한 도전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군산학(軍産學)의 인력과 자원이 집중적으로 투입돼 미제 무기 복제로 시작한 한국의 방산은 1970년대 중반 대규모 전력증강사업(율곡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도약기를 맞았다.

이후 소총과 탄약을 비롯해 군용 차량과 호위함, K-1 전차와 한국형 장갑차(K-200), 자주포를 독자적으로 생산했고, 잠수함까지 자체 건조하는 능력을 갖게 됐다. 또 F-5E/F 제공호 전투기와 F-16 전투기, 500MD 헬기 등도 조립 생산해 방산 자립 기반을 구축했다.

1990년대 이후에는 다양한 어뢰(청상어, 백상어, 홍상어)와 함대함 유도미사일(해성), 휴대용 지대공유도미사일(신궁) 등 각종 정밀유도무기와 K-9 자주포를 비롯해 K-2전차(흑표)와 K-21 보병장갑차, K-10 탄약운반차 등 K 계열의 지상무기와 기본훈련기(KT-1), 초음속 고등훈련기(T-50), 경공격기(FA-50)까지 설계 제작하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최근에는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최첨단 무기통제 및 모의전투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개발도 하나둘씩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 방산, 수출로 활로를 뚫어라

세계 최대 규모의 지상분야 무기 전시회인 ‘유로사토리 2016’에 참가한 각국 방산업체의 주요 무기제품들. 사진 출처 유로사토리 2016 홈페이지
세계 최대 규모의 지상분야 무기 전시회인 ‘유로사토리 2016’에 참가한 각국 방산업체의 주요 무기제품들. 사진 출처 유로사토리 2016 홈페이지

한국의 최초 방산 수출은 1975년 미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에 판매한 소총 탄약(약 47만 달러)이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2015년 한국의 방산 수출액은 34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3년 30억 달러를 처음으로 돌파(34억1000만 달러)한 뒤 3년 연속으로 30억 달러 이상의 수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 품목도 탄약과 기동 및 항공장비 부품이나 일반 장구류에서 고등훈련기(T-50)와 경공격기(FA-50), 호위함, 군수지원함 등 첨단 제품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2001년 KT-1 기본훈련기, K-9 자주포를 인도네시아 터키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2007년엔 K-2 전차의 터키 수출이 성사됐다. 2011년엔 T-50의 인도네시아 수출 계약을 체결해 한국은 세계 여섯 번째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수출국이 됐다. T-50 계열의 항공기는 2013년 이라크에 24대, 지난해 필리핀에 12대가 각각 수출됐다.

2008년에는 터키의 차기 전차 개발 사업에 한국 업체가 참여하고,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에 고등훈련기와 디젤 잠수함(1200t급)을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특히 잠수함 수출은 독일과 프랑스, 러시아 등 ‘잠수함 대국’을 제치고 이뤄낸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2012년에는 해양 강국인 영국으로부터 3만5000t급 군수지원함 4척도 수주했다.

수출 업체도 2006년 45개에서 2014년 137개로 3배 정도로 늘었고 같은 기간 수출 시장도 45개국에서 87개국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2014년 12월 발간된 ‘KIET 방위산업 통계 및 경쟁력 백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 방산 제품의 경쟁력은 미국 등 선진국 대비 84∼88% 수준까지 상승했다.

정부가 창조경제의 주요 동력으로 방위산업에 주목하는 것은 고용 창출과 수출 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방위산업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08∼2011년 방위산업의 연평균 고용 증가율은 6.3%로 같은 기간 국내 제조업(1.1%)보다 높게 나타났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방산 분야는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정부는 방산분야의 군사 관련 기술을 민간 분야에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가령 미사일의 유도기술을 무인자동차나 무인로봇 개발에 적용하거나 전투용 근력(筋力)증강 로봇기술을 산업 현장의 고위험작업 로봇이나 노약자 및 장애인의 신체보조장치 개발에 활용하는 사례 등이 해당된다. 방산업계에서는 민군 기술 융합을 촉진시켜 군사 및 민간 분야의 혁신을 선도할 신제품을 만들어 안보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청사진 마련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强軍#부국으로 가는 길#방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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