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리클럽’ 가입해도 75세 노인이 일해야 살 수 있는 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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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국제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 가입 의사를 표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등 20개 국가로 구성된 파리클럽은 국가 부도에 직면한 신흥국의 공적채무를 조정하는 비공식 협의체다. 1996년 OECD 가입 20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9년 만에 21번째 선진 채권국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뜻깊다.

그러나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OECD 통계도 어제 나왔다. 2014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이 31.3%로 34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 75세 이상 고용률(19.2%)은 관련 자료를 제출한 24개국 중 가장 높아 OECD 평균(4.8%)의 4배다. 75세 이상 노인 10명 중 2명이 일한다. 연금을 비롯한 노후 대비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생업 전선에 내몰린 노인들이다.

한국은 세계 11위(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대국에 세계 6위 수출대국이다. 그러나 노인 빈곤율은 47.2%(2014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정부가 2014년 7월부터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고 있지만 매달 20만 원 정도다. ‘나라는 잘살지만, 국민은 못살고, 노인은 더 못산다’며 어르신들이 한숨짓는 이유다.

공무원 출신 등 소수를 제외하곤 은퇴 후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한다. 그러나 일자리의 질은 갈수록 떨어진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비정규직 10명 가운데 4명은 50대 이상이다. 지난해 서울 임금근로 노인 가운데는 경비나 청소, 택배 등 단순노무직(85.4%)이 대다수다. 2월 서울 경동시장 근처에서 손수레를 끌고 가던 74세 노인이 차에 치여 숨졌다. 최근 동대문경찰서는 폐지 수집이나 배달에 쓰이는 손수레에 야광 스프레이를 뿌려주고 있다. 정부는 파리클럽에 가입했다고 팡파르를 울릴지 모른다. 노인들 사이에선 ‘늙으면 폐지나 주우란 말인가’라는 자조의 탄식만 터져 나온다.
#박근혜#올랑드#정상회담#파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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