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상견례를 갖고 현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여야 원내대표들의 ‘넥타이 정치’가 연일 화제인 가운데,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9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의 첫 상견례 자리를 위해 ‘빨간색 넥타이’를 택했다. 반면 ‘노타이’로 등장한 박 원내대표는 넥타이와 관련한 질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 회관 간담회실에서 열린 박 원내대표와의 상견례를 위해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앞서 그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대대표와의 상견례 당시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빨간색과 더민주의 상징색인 파란색이 교차된 넥타이로 여야 협치를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빨간색 넥타이에 대해 “광주유니버시아드 기념으로 우리 의원들에게 다 나눠줘서 국회에서 (박 원내대표까지) 다 같이 착용한 적이 있다”며 “광주의 혼을 담았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동석한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연두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그는 “요새 넥타이 정치를 한다고 해서 아내가 매줬다”고 설명했고, 우 원내대표는 “넥타이를 추가로 구입해야 되겠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어 박 원내대표가 도착했다. ‘노타이’ 차림의 그는 웃으면서 “기다렸나? 1당이 기다려야지”라고 말했다. 그는 우 원내대표의 포토타임 요청에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도 했다.
우 원내대표의 넥타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박 원내대표는 상견례가 끝날 무렵 박 원내수석이 “그런데 대표님 ‘노타이’시다”라고 질문하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지난해 말 박 원내대표가 탈당하기 전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두 사람은 이날 협력을 다짐하면서도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우 원내대표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꽃피는 데 두 야당이 큰 역할 했다는 얘기가 나오도록 도와달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박 원내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저희는 캐스팅 보트 역할이 아니라 리딩파티, 선도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겠다”면서도 “제1당에서 베풀어야지 적은 당한테 내놓으라고 하면 안 된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우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는 제가 같은 당을 했을 때부터 존경하고 모셨던 관계니 신뢰 하에서 하나하나 풀어가겠다. 더민주도, 국민의당도 성과를 내는 그런 방향으로 선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같은 당에 있을 때 제가 ‘차기 지도자는 우상호’라고 몇 번 이야기했다”면서 “굉장히 합리적이고 시원시원한 인격을 가진 분이니까 제1당 원내대표로서 충분한 리더십을 발휘하리라 본다”고 화답했다.
또 “저희가 같은 당에서 살을 맞대고 살았기 때문에 냄새까지 다 알고 있다”며 “우리도 잘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우 대표가 상선약수(上善若水·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 물 흘러가듯 잘 지도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도 제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같은 문하생이라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지키는 데 있어선 누구보다 협조가 잘 될 거라 생각한다”며 “다만 호남서 저희가 강하게 심판을 받아서 반성해야겠다. ‘호남에서 오만하지 않았느냐’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호남 민심도 잘 받들겠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와 함께 간담회실을 나와서도 “더민주도 좀 우리한테 내놔야 한다. 그런 것부터 먼저 양보를 하라”고 강조했고, 우 원내대표는 “양보할 것은 시원시원하게 하겠다. 걱정 마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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