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死則生”… 한계 부닥친 조선-해운, 정부가 집중 관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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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대개조/이제는실행이다]업종별 구조조정 ‘3트랙’ 진행

“대주주 모럴해저드 철저 추적”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이 26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3차 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대주주 모럴해저드 철저 추적”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이 26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3차 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정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공급 과잉 업종의 재편 등 국내 산업의 대개조를 위해 꺼내든 로드맵은 크게 3가지 ‘트랙’으로 이뤄졌다. 한계 상황에 부닥쳐 수술이 시급한 조선과 해운업은 정부와 채권단이 직접 컨트롤하고 철강 석유화학 같은 공급 과잉 업종은 기업의 자발적인 합종연횡을 지원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또 건설업을 포함해 빚이 많은 대기업집단(그룹)과 개별 기업은 현재의 구조조정 시스템을 활용해 상시적으로 부실기업을 가려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벌였던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한층 더 세진 ‘구조조정 2라운드’에 돌입하게 됐다. 또 해운업계는 구조조정의 첫 관문인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협상과 관련해 정부가 ‘데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범정부 구조조정협의체를 이끄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사즉생(死則生)’ ‘절체절명’ 등의 강경한 단어를 써가며 의지를 밝힘에 따라 그동안 총선 등으로 지지부진했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다음 달 20일… 용선료 협상 ‘데드라인’


양대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과도한 용선료 부담과 업황 부진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당장 수술대에 올라야 할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 조정에 성공하면 채권단이 ‘조건부 자율협약’을 통해 정상화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한진해운도 25일 현대상선과 같은 방식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첫 단계인 용선료 협상의 성공 여부가 안갯속이다. 일부 선주가 용선료 인하 조건으로 국내 채권단의 지급보증을 요구해 협상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 달 20일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임 위원장은 “양대 선사가 2026년까지 지급해야 할 용선료가 5조 원 이상”이라며 “이를 낮추지 않으면 채권단의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기 전인 올해 말까지가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라는 점을 감안해 해운업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정부는 양대 해운사가 ‘해운 동맹(얼라이언스)’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 거론된 양대 선사의 합병에 대해 임 위원장은 “현 시점에서 합병 논의는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또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의 주식 처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기업에 이해관계가 있는 대주주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보이면 철저히 추적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 정부 주도 ‘빅딜’은 없다

정부는 조선 ‘빅3’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을 요구했다. 대우조선해양에는 인력 감축, 임금 삭감, 비용 절감 등의 계획을 세우고 다음 달 말까지 경영 상황에 따른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민간기업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에도 주채권은행에 자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STX조선해양 등 부실이 더 심한 중소형 조선사들은 하반기에 법정관리 전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 주도로 조선사들을 합병하거나 사업 부문을 통폐합하는 ‘빅딜’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각 기업의 자발적인 포트폴리오 조정, 업종 전환 등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해양플랜트 등 부실이 큰 부문은 일부 기업이 사업 정리나 통폐합에 나설 수 있다.

철강 석유화학 업종은 업계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수합병(M&A), 업종 전환 등 기업들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건설업은 지난해 건설 수주가 급증해 업계 전반의 불안 요인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개별 건설회사에 대해 채권단 주도의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에 정치권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여야정 협의체는 개별 기업 문제에 절대 관여해서는 안 되고 입법과 재정 지원을 통해 구조조정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김성규 기자
#임종룡#금융위원장#조선#해운#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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