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회의장서 “닥쳐”… 부끄러운 막말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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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동아일보 2013년 9월 12일자 A1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본보-오픈캉그레스 ‘19대 국회 회의록 막말사례’ 377건 분석

“닥쳐. 이 자식아!”

7월 4일 국회 공공의료 국정조사특위 회의장에 김용익 민주당 의원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윤한홍 경상남도 행정부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경위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김 의원은 ‘닥쳐’라는 말을 세 번 연거푸 쏟아 냈다. 윤 부지사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은 것이지만 국회의원 입에서 나온 말로는 민망한 수준이다. 국회의원들의 막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19대 국회부터 ‘몸싸움’을 규제하는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면서 ‘말’이 오히려 격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11일 국회 회의록 민간 검색시스템 ‘오픈캉그레스’(대표 안재홍)와 함께 19대 국회 개원 이후 회의록에 실린 의원들의 ‘막말’ 또는 품격이 떨어지는 말 377건을 분석했다. 여기에는 동료 의원이나 증인, 참고인에게 ‘당신’이라고 부르거나 반말을 사용한 사례, ‘건방지다’ ‘뻔뻔하다’는 식으로 상대방을 비하하고 욕설을 사용한 사례가 모두 포함됐다.

‘당신’ 등 반말이나 거친 표현을 많이 쓴 의원으로는 서영교, 정청래, 박범계 의원 등이 꼽혔다. 1∼3위를 모두 민주당 의원이 차지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김성태, 이장우 의원이 4∼6위에 올랐다. 가장 많은 막말을 주고받은 회의는 법제사법위원회(68건)와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특위(63건)였다.

민의의 전당에서 막말이 횡행하는 데는 의원 각자의 품성 외에도 몇 가지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각종 법안이 상정될 때 당론을 관철하기 위해 ‘몸’으로 때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던 과거와 달리 회의장에서 상대를 공격하는 강한 말로 주목을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당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부각시키고 충성심도 인정받으려 한다는 것. 의원들의 특권 의식도 주된 이유다. 정책의 모순을 논리적으로 파헤치지 않고 감정적으로 윽박지르는 것은 국민이 개별 의원에게 부여한 정책질의권의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의 막말은 국회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더 나아가 국민이 정치를 신뢰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동아일보는 이달 시작된 정기국회부터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국정감사장에서 오가는 막말을 적극적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의원들이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언어폭력’에 경종을 울리고 이런 의원들을 국회에서 추방하자는 취지에서다. 장기적으로 의원들의 ‘막말지수’를 개발하고 계량화해 향후 공천 심사 및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도울 계획이다.

최창봉·권오혁 기자 ceric@donga.com

※ 위 기사는 일부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는 서영교 의원 측의 반론 요청에 따라 해명 인터뷰가 나갔습니다.

서영교 “국회의원 발언 공개되기 마련 좋은 언어 써야 한다는데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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