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만의 필리버스터 세계 최장시간 기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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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상화 막판 진통]“野 존재감 보여줘” “총선 개인홍보 변질”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진행된 테러방지법 처리 지연을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무제한 토론)가 2일까지 이어지게 됐다. 국민의당, 정의당까지 참여해 의원 40명이 벌인 이번 필리버스터에 대해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려줬다”는 긍정론과 “4·13총선을 의식한 의원들의 개인 홍보 마당”이라는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1969년 이래 47년 만에 처음 이뤄진 필리버스터로 더민주당은 득이 실보다 많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탈당과 지도부 교체 등으로 분위기가 저하됐던 당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소속 의원 다수의 반대 속에 시작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기대 밖의 호응을 얻었다는 판단이다. 또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테러방지법에 대한 반대 논리를 알릴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의당이나 무당층으로 흩어졌던 전통적 지지층이 재결집하는 효과를 얻었고 이 과정에서 20, 30대 젊은층의 관심을 끌어모은 것은 가외의 소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야당이 입법 과정의 패배를 인정하면서 ‘마이크 독점권’ 정도를 행사했다”며 “국회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신에서 세계 신기록이라고 할 정도로 오래 하다 보니 ‘피로감’도 작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참여 의원이나 보는 사람들이 토론 내용보다도 누가 얼마나 더 오래 하느냐에 초점이 모아진 측면도 있다. 지난달 23일 오후 7시경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더민주당 김광진 의원이나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객관적인 비판을 했다. 그러나 이어 토론자로 나선 은수미 의원은 10시간 18분, 정청래 의원 11시간 39분 등 토론 시간에 더 관심이 쏠렸다.

긴 시간 토론하면서 테러방지법과 관련 없는 내용들로 빈축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노래를 부르거나 인터넷 댓글을 줄줄 읽어 대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출마하는 지역의 예비후보라고 선거운동을 하는 의원도 있었다. 발언 강도도 점점 강해져 이학영 의원은 “말과 생각을 감시하는 사회가 온다”며 테러방지법에 대한 과도한 예단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야당 의원들이 출마 지역의 지지층 결집을 위해 안간힘을 쓴다”며 “필리버스터가 아니라 ‘총선버스터’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합법적인 제도이긴 하지만 일방통행 식 토론이다 보니 균형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태곤 ‘전략과 의제 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하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사이 여당은 사라진 국회가 됐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국회#필리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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