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드는 결국 美-中 협상용이란 말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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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논의와 관련해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아 핵심 쟁점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 시간) 존 케리 국무장관과 미국 워싱턴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위도 없어야 한다”는 말로 한반도 배치 반대를 분명히 했다. 중국이 대북 제재 강화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보류하는 식의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회견에서 케리 장관은 “북한의 위협과 핵 문제로 인해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라며 “사드를 배치하지 않는 조건은 북한의 비핵화”라고 말했다. 사드 철회를 요구한 중국 측 주장을 일축했다고 해석하는 건 ‘희망적 사고’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이 비핵화하겠다고 나설 경우 미국은 사드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케리 장관은 아직 사드 배치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사드 배치에 급급하거나 초조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왔다”는 말도 했다.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사드와 대북 제재는 별개’라며 한국과 사드 배치를 일사천리로 추진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북한은 핵 포기를 공언하고도, 심지어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을 하는 중에도 뒤로는 핵 개발을 멈추지 않은 전력이 있다. 대화 재개를 강조하는 중국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구실로 사드 배치를 마냥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북한의 고고도 미사일 공격에 속수무책인 한국이 자위권 차원에서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결정한 사드가 미중 강대국의 협상용으로 이용된다면 참담한 일이다.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문제임에도 정작 한국이 빠진 채 미중 고공 회담에서 결정이 내려지는 데도 찬성할 수 없다. 이날 중국은 북한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할 것을 미국에 공식 제안했다. 케리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응한다면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향후 미중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한국도 모르는 사이 미국이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선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부는 “한미 공조”만 외칠 게 아니라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사드#대북 제재#한미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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