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명호]책임 뒤따를 공천, 예측가능성 높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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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여야의 공천 전쟁이 시작됐다. 1차로 공천 신청을 마감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면접을 시작했거나 시작할 예정이고 국민의당도 공천 방식을 확정했다. 공천은 권력이고 그 과정은 권력투쟁이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정도만 다를 뿐 핵심은 나에게 유리하냐, 우리에게 유리하냐이다.

새누리당은 ‘따로국밥 정당’이라 할 정도로 계파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한편에서 “나를 밟고 가라”고 하자 다른 편에서 “앞으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다. “자격심사를 통해 거르자”는 제안에는 “저성과자나 비인기자에 대한 판단도 경선을 통해 국민과 유권자가 판단하고 결정할 사안”이라는 반박이 돌아온다. 부적격자는 “유권자의 신망이 현저히 부족한 자” 또는 “공직후보자로 부적합한 자”이다. 우세 지역 우선추천 대상자를 놓고도 “‘여성, 장애인 등’에서 ‘등’을 폼으로 붙였겠느냐”는 말까지 들릴 정도로 사사건건 시비다.

구조적으로 유리한 정치 지형과 야권 분열의 선거구도가 벌써부터 새누리당을 승리의 오만함에 취하도록 한 모양이다. 선거의 긴장감은 없다. 파벌과 권력투쟁뿐이다. 그렇다고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다. 분열의 대가와 권력 상실의 아픔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더민주당은 탈당 사태를 이미 겪어 공천을 둘러싼 내부 갈등은 아직 수면 아래에 있다. 탈당 의원까지 현직 의원 평가 하위 20%에 포함시켜 컷오프를 적용하기로 해 최대의 갈등 소지를 사실상 제거했다. 일종의 타협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천과 공약의 전권을 장악하며 사실상 제1야당을 접수한 김종인 대표의 선택이다. 특히 호남 공천이 관건이다. 호남 대표를 놓고 국민의당과 경쟁해야 하고 수도권 선거를 위해 ‘개혁 공천’이라는 상징을 보여주어야 한다. 불협화음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일부 이탈은 불가피할 것이다. 야권의 각자도생 속성 때문이다.

국민의당도 비슷하다. 호남 공천, 특히 광주 공천이 문제다. ‘정동영 대 김근식’ 경쟁도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한다. 한 지붕 여러 가족 속에 당의 구심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력과 리더십을 얼마나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다.

선거 때마다 항상 공천은 논란이다. 정치적 유·불리 때문이다. 그래서 공천은 냉엄한 권력현실과 원칙의 조화가 필요하다. 공천 방식은 당시의 시대적 요청과 정치적 필요를 반영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공천은 조금씩 나아졌다. 그 방향은 민주화, 개방화, 투명화였다. 그럼에도 조금 더 가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공천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명분에 맞춰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확실한 정답은 없다. 공천 방식은 선택의 문제이고 그 선택에 따라 책임이 뒤따를 뿐이다. 선택은 선과 악의 선택이 아니다. 이분법적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상향식이고 개방적이면 선이고, 하향식이고 폐쇄적이면 악이 아니다.

둘째, 공천은 지극히 현실적인 권력의 얘기지만 그럼에도 원칙을 지켜야 하는 과정으로 궁극적으로 제도화돼야 한다. 제도화의 첫 단추는 예측 가능성이다. 그것은 최소한 선거 일정 시기 전에 해당 선거의 공천 일정과 방식이 미리 정해지고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확정된 일정과 방식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이해 당사자 모두가 승복할 수 있고 탈당과 분당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의미에서 공천은 일정 시기까지 완료되도록 법으로라도 강제해야 한다.

셋째, 공천의 최종 책임자는 정당이다. 선거 결과다. 공천은 선거운동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당은 공천 자원을 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정치도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공천#예측가능성#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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