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업체 “줄도산 위기”… 北, 1조원대 자산 몰수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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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면 중단]
개성공단 기업들 패닉

막막한 입주기업인들 통일부 장관 면담을 마친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뉴스를 지켜보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가운데)이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막막한 입주기업인들 통일부 장관 면담을 마친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뉴스를 지켜보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가운데)이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정부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하면서 입주기업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입주기업들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정리할 시간을 줘야지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일방적으로 통보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에스제이테크 대표)은 “날벼락을 맞았다”는 표현까지 했다. 또 “정부에선 철수라는 말을 쓰지 않지만 전면 중단과 철수가 뭐가 다르냐”며 “개성공단 가동 재개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2013년보다 심각하다”


2013년 1차 가동 중단은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제한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 정부가 전면 가동 중단을 선언한 데다 2013년 8월 14일 합의한 “남과 북은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떤 경우에도…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어긴 만큼 쉽게 해결되기 힘들다는 인식이 입주기업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유 부회장은 “3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우리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북측에서 어떻게 할지 모든 게 불투명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A입주기업 관계자는 “현재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남측 인력이 억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입주기업 대표 20여 명은 이날 오후 긴급 대책회의를 연 데 이어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1시간 30여 분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입주기업 대표들은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기업들이 입게 될 피해에 대해 호소하며 북한에 대한 제재와 개성공단 운영은 별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홍 장관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조만간 입주기업들을 대상으로 임시총회를 연 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방침이다.

○ 철수와 보상 문제도 만만치 않아

가동 중단 결정에 따라 입주기업들은 최소 인원만이 개성공단에 들어가 철수 준비에 착수하게 된다. 개성공단 남측 체류인원은 평상시 800여 명이지만 지난달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이후 정부가 개성공단 내 체류 인원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면서 현재 500여 명까지 줄어든 상태다. 이 중 10일 현재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인원은 설 연휴로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184명. 출입 제한 조치로 인해 가동률도 80% 수준으로 떨어졌다.

철수를 준비할 인원이 한 명도 없는 55개 기업은 11일 공단에 들어가 철수 준비를 마쳐야 한다. 입주기업당 1명만 철수 준비 목적으로 개성공단에 들어갈 수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완제품 및 자재, 생산설비를 반출할 수 있느냐이다. 정부는 “북한과 이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기계설비는 평소에도 북측에서 반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기업들이 설비 증설 등 개성공단에 투자한 금액은 약 1조 원으로 북한에 전부 몰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상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남북경협보험과 한국수출입은행 대출, 중소기업청 긴급 경영안정자금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은 상황이다.

○ 사실상 도산으로 몰릴 듯

2013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162일간 남측 입주 기업이 주장한 피해액은 1조566억 원에 이르렀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섬유와 전기·전자 등의 업종에서 124개 국내 기업이 조업을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연간 총생산액은 5억1549만 달러(약 6150억 원·2015년 기준)로 공장 가동을 멈추면 하루 손실은 141만 달러(약 17억 원)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입주기업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기업들의 피해까지 고려하면 줄도산 위기까지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계약 불이행에 따른 원청업체의 손해배상 청구와 거래관계 단절, 신뢰도 하락 등의 여파를 감안하면 피해는 이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해외 바이어들 입장에서 보면 이번 폐쇄 조치는 2013년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며 “바이어들이 대거 이탈하면 상당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도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민지 jmj@donga.com·강유현 기자
#개성공단#미사일#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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