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엔서 위안부 발언 수위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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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인권이사회 의장국 맡아… 日과 ‘상호 비난자제’ 약속 딜레마
외교부, 피해자 전원 만나 설명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전원을 상대로 지난해 한일 합의에 대한 1차 설명을 마무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일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을 비롯한 외교관들이 개별거주 피해자 28명 모두와 접촉했다. 신분 노출 우려로 면담을 사양한 6명을 뺀 22명에게 한일 합의 내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와 ‘나눔의 집’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13명과 이용수 할머니(대구 거주)는 임성남, 조태열 외교부 1, 2차관이 한일 합의(지난달 28일) 이튿날 방문해 설명했다. 해외 거주자(4명)도 대사관을 통해 설명하는 등 생존 피해자 46명 전원을 접촉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을 들은 국내외 피해자 중에는 잘못 알던 합의 내용을 바로잡아 준 것에 고마움을 표시하거나 한일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힌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12·28 한일 합의 사항인 피해자 지원재단 설립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이 먼저 설립돼야 일본 정부가 약속한 자금(10억 엔)이 거출될 수 있는 만큼 외교부는 준비가 끝나는 대로 재단을 발족할 예정이다. 다만 ‘위안부 강제동원 부인’처럼 합의 정신에 위반되는 일본의 행태가 반복되고 소녀상 앞 노숙시위 등 국내 반대 여론이 계속되는 점은 부담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의 통화에서,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 면담에서 한일 합의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을 맡은 한국은 유엔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현실적인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윤 장관이 2014년 3월 25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일본의 위안부 문제 해결 외면은) 반인도적, 반인륜적 처사”라고 비난하는 등 인권이사회는 위안부 문제 공론화의 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합의에서 한일이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방을 자제한다”고 약속하면서 딜레마에 빠진 것. 종전처럼 일본을 비난할 수도, 갑자기 위안부 문제를 외면할 수도 없어서다. 특히 한일 합의 후 소녀상 이전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바뀐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인권이사회에서도 침묵하면 반대 여론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 정부는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달 말 시작되는 인권이사회 참석자와 발언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외교 소식통은 “한일의 비난 자제 약속에 ‘일본의 조치가 착실히 이행된다’는 전제가 붙어 있기 때문에 한국이 수세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위안부#유엔#인권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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