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는 金대표” 반격 나선 친박… 공천 주도권 힘겨루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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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공천관리委 인선 앞두고 충돌

서청원 작심발언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오른쪽)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 위원은 이날 김무성 대표(가운데)의 권력자 발언과 관련해 “새누리당의 권력자는 김 대표 아니냐”며 “당신”이라는 호칭까지 쓰면서 정면 공격했다. 왼쪽은 원유철 원내대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청원 작심발언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오른쪽)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 위원은 이날 김무성 대표(가운데)의 권력자 발언과 관련해 “새누리당의 권력자는 김 대표 아니냐”며 “당신”이라는 호칭까지 쓰면서 정면 공격했다. 왼쪽은 원유철 원내대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권력자’ ‘완장론’ 등 강경 발언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던 여권 내 갈등이 결국 폭발했다. 이번에는 확전 자제 태도를 보여 온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오랫동안 쌓인 앙금이 터져 나온 것이지만 ‘왜 지금인가’라는 시점이 중요하다. 결국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본격적인 공천 주도권 싸움에 들어간 점과 무관치 않다. 당장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장 인선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 여권 내홍의 본질은 ‘공천 주도권’

친박계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관위원장으로 이한구 전 원내대표를 밀었다. 김 대표는 이미 26일 동아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전 원내대표가 과거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100% 상향식 공천을 관철하려는 김 대표와 생각이 다른 것이다.

이날 김 대표는 ‘이한구 카드’를 수용하는 대신 새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공관위원을 모두 자신이 선임하겠다고 주장한 것. 위원장과 위원을 맞바꾸자는 제안이었다. 당초 공관위원장은 지도부가 협의해 임명하고, 공관위원은 최고위원들이 각각 추천하기로 했다. 이미 일부 최고위원은 공관위원 후보 명단을 황진하 사무총장에게 넘겼다고 한다. 친박계 지도부는 “그게 말이 되느냐”며 김 대표의 중재안을 거부했다. 결국 공관위원장 인선은 이날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김 대표는 “이 전 원내대표를 만나보겠다”고 말했다.

지도부가 공관위 인선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는 것은 상향식 공천 룰 속에서도 ‘공관위의 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경선 후보를 추리는 자격심사 과정에서 각 계파가 지원하는 후보를 참여시키거나 배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구가 나뉘는 분구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추천제를 활용하자며 사실상 전략공천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김 대표 측에서는 친박계가 대구 수성갑이 지역구인 이 전 원내대표를 공관위원장으로 추대해 대구 지역 비박계 후보들을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이 전 원내대표는 대구 지역 비박계의 중심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껄끄러운 관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 서청원 “새누리당 권력자는 김무성”

친박계 지도부는 공관위원장 인선 논의에 앞서 공개회의 때 김 대표를 일제히 공격했다. 일종의 기선 제압이었던 셈이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 대표를 “당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김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18일)에서 당신은 (국회선진화법에) 반대했지만 대표로서 사과한다고 했는데, 한 달도 안 돼 지금 누구한테 책임을 전가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것. 김 대표가 26일 “(2012년 국회선진화법 통과 당시) 권력자가 찬성하자 (반대하던) 의원들도 찬성으로 돌았다”고 말한 데 대한 정면 비판이었다.

또 서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의 권력자는 김 대표 아니냐”며 “김 대표 주변에도 완장 찬 사람들이 매일 별의별 짓을 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는 얘기다. 김 대표도 자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누가 진짜 권력자인지 수수께끼를 하고 있다”며 “마치 코미디를 보는 것처럼 (새누리당이) 희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박(새로운 친박)’으로 불리는 원유철 원내대표도 이틀 연속 김 대표의 ‘권력자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원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박근혜 대통령이 당 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할 때 공천권을 위임했다”며 “나는 친박이나 비박에는 관심 없다. 옳고 그름에 따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당 내분과 관련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친박계의 공세와 관련해 여러 차례 질문했지만 “(질의응답을) 그만하자”는 말만 되풀이했다. 여권 관계자는 “‘서로 한 번씩 주고받았으니 이쯤에서 그만하자’는 암묵적 공감대가 있지 않겠느냐”며 “4·13 총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고, 야당과의 입법전쟁도 빨리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친박이든, 비박이든 갈등이 격해지는 걸 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고성호 기자
#새누리당#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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