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은 美본토 겨냥”… 이제 미국이 응답할 차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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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첫 대북제재 강화법안(H.R.757)을 오늘 통과시킨다. 공화 민주 양당이 초당적으로 발의한 이 법안은 북한에 현금이 유입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핵심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사치품 조달, 자금 세탁, 인권 유린 등에 관여한 개인과 기업을 미국 대통령이 지정해 제재하도록 대북 금융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정부와 기업, 개인에게도 미국 정부가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세컨더리 보이콧’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둔 점이 주목된다. 대(對)이란 제재보다는 강제성이 낮지만 미국이 대북제재의 ‘구멍’인 중국과의 불법 거래를 사실상 통제해 북한의 돈줄을 옥죄겠다는 의미다.

중국이 대북제재에는 선을 그은 현 상황에서 이번 대북제재 강화법안은 북한을 압박할 유효한 수단이다. 작년 2월 하원 외교위원회 통과 뒤 1년 가까이 전체회의에 계류돼 있던 이 법안을 미국 하원이 북한의 4차 핵실험 7일 만에 신속히 처리하는 것이다. 한국의 국회가 17대 때 처음 발의된 북한인권법을 야당의 반대로 10여 년 묵혀 두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우리는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법안이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제재 때처럼 실효성 있는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미국 재무부는 BDA 은행을 ‘돈세탁 금융기관’으로 지정해 북한 통치자금 2500만 달러를 동결시켰다.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였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금융은 피와 같다. 금융이 멎으면 심장이 멎는다”며 동결 해지를 하소연했다. 북한이 2007년 단계적 비핵화를 담은 2·13합의에 동의한 것도 BDA 제재가 그만큼 먹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BDA 제재도 2007년 4월 해제됐다. 당시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중국과 노무현 정부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미국의 압박이 실패했다고 평했다. 그 뒤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북핵 문제는 이란·시리아 문제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해 놓고도 4차 핵실험이 터질 때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법안 발의자 중 한 명인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어제 본보 인터뷰에서 “북핵은 미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확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4차 핵실험 이후 북핵 문제를 보는 미국 조야(朝野)의 시각이 변하고 있다. 아니 변해야 한다. 북은 어제도 “미국의 땅덩어리 전체를 일시에 없애버릴 수 있는 몇백 kt, Mt급 수소탄도 연거푸 터뜨릴 기세에 충만돼 있다”고 위협했다. 핵탄두의 끝은 미국 본토를 향하고 있다.

오늘 오전 10시 반 박근혜 대통령의 대(對)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30분 뒤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한다.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에만 3번의 핵실험과 3번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오바마 정부가 북핵 대응전략으로 내세워 온 ‘전략적 인내’는 사실상 실패로 판명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남은 임기에 전방위적인 압박과 대화로 북핵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성과를 거둬야 할 것이다.
#북핵#미국#북한#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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