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리스크에 核악재 겹쳐… 원-달러 환율 4개월만에 최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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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4차 핵실험]경제-사회 파장
긴장감 높아지는 금융시장

새해 벽두부터 차이나 쇼크로 얼어붙었던 국내 금융시장이 이번에는 예기치 못한 북한발(發) 악재를 만나 출렁거렸다. 원-달러 환율은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코스피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가 소폭 하락했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북한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친 악영향이 단기(短期)에 그쳤다는 ‘학습효과’가 작용하면서 장 초반의 충격은 만회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중국의 경기 둔화, 중동 정정 불안 등 대외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북한발 돌발 변수까지 겹쳐 시장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당국은 6일 일제히 긴급회의를 열고 24시간 점검 체제에 돌입했다.

○ ‘학습효과’, 단기 악재에 그칠 것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10포인트(0.26%) 하락한 1,925.43에 장을 마쳤다. 상승세로 출발했던 코스피는 이날 오전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장중 1,911.61까지 밀리는 등 1,910 선을 위협받았다. 하지만 정작 조선중앙TV가 ‘북한 4차 핵실험’ 성공을 발표한 이후에는 오히려 하락폭을 줄여 1,920 선을 회복했다.

변동성이 더 큰 코스닥지수는 장중 한때 1.2% 이상 빠졌지만 오후 들어 상승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3.2포인트(0.47%) 오른 687.27에 마감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과거에도 북한의 핵실험은 제한적이며 일시적인 악재에 그쳤고 복원도 빨랐다”며 “주식시장이 과거 경험대로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전날까지 22거래일째 ‘팔자’ 행진을 이어간 외국인도 이날만큼은 1600억 원을 사들이며 오히려 순매수로 돌아섰다.

실제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때는 다음 거래일에 코스피가 0.3% 하락했지만 이후 나흘간 1.8%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때에는 발표 당일 코스피가 3% 이상 급락했지만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았다.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때도 충격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증시 급락 이후 곧바로 북한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의 불안감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새해 들어 처음으로 2.25% 상승 마감했지만 일본(―0.99%) 대만(―1.05%) 등 다른 아시아 증시는 북한발 돌발 악재에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 “북한 불확실성 계속되면 충격 불가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9원 오른 1197.9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 3거래일 만에 25원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지난해 9월 8일(1200.9원) 이후 4개월 만의 최고치다.

위안화 가치 하락도 환율에 영향을 줬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당 6.5314위안으로 고시했다. 전날보다 위안화 가치를 0.22% 절하한 것으로, 지난해 11월 3일 이후 가장 큰 폭의 절하 조치다. 최근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때 원화도 약세를 나타내는 경향이 강해진 데다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외환시장이 증시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북한의 핵실험이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금융시장과 경제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일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라는 변수가 남아있는 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 정권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불안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연초부터 중국 증시 급락, 중동발 악재 등으로 시장이 극도로 민감해진 상황에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계속될 경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각종 대외 악재에 북한 리스크 등 연초부터 악재가 쌓이면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금리 인하 같은 경기부양책에 대한 정부의 고민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어느 때보다 높은 경각심과 긴장감을 갖고 상황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임수 imsoo@donga.com·한정연 기자
#금융시장#단기악재#학습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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