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수소폭탄 ICBM 탑재’… 핵강국 시나리오 드러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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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4차 핵실험]핵전력 어디까지

북한이 ‘소형화된 수소폭탄’ 실험을 공개 주장하고 나선 만큼 당장의 성공 여부를 떠나 최악의 북핵 시나리오가 현실화 과정에 있는 걸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이 소형 수소폭탄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미국, 러시아와 맞먹는 핵 강국 지위를 보장받기 위한 수순을 착착 진행 중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한미 군 당국은 수소폭탄으로 4차 핵실험에 성공했다는 북한 주장의 실체를 파악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 수소폭탄 개발 본격 궤도 올랐나


그간 북한이 수소폭탄을 개발 중이라는 관측은 계속 제기됐지만 군 당국은 그 가능성을 일축해 왔다. 북한이 수소폭탄 제조에 필요한 핵융합 기술을 갖추지 못해 ‘허풍’일 개연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북한이 6일 ‘수소폭탄 핵실험’을 전격 발표한 뒤에도 군은 수소폭탄의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실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수소폭탄 제조에 쓰이는 핵융합 물질을 핵탄두(고폭장치와 핵물질)에 소량 첨가해 폭발력을 높이는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폭핵분열탄은 기존 핵폭탄보다 폭발력이 수배에서 최대 수십 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4차 핵실험의 위력은 6∼7kt(킬로톤·1kt은 TNT 1000t에 해당하는 폭발력)으로 3차 핵실험(7.9kt)의 70%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북한이 수소폭탄은 물론 증폭핵분열탄의 실험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이번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의 수소폭탄 개발이 본격적 궤도에 올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개발 역사가 20년이 넘었고, 2010년부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주도로 수소폭탄 제조를 위한 핵융합 기술 개발에 집중한 만큼 수년 내에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할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는 최근 관련 보고서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신축 중인 경수로가 수소폭탄 제작에 필요한 삼중수소 생산시설일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 소형 수소폭탄 ICBM과 결합 땐 ‘핵재앙’ 현실화

군 당국은 북한이 3차에 이어 4차 핵실험에서도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 기술을 상당히 진전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그간 핵실험을 반복하면서 핵탄두를 500∼600kg까지 줄이기 위해 골몰해왔다. 핵탄두를 더 작고 가볍게 만들어야 다양한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에 실어 ‘핵 타격’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스커드와 노동은 물론이고 ICBM까지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해 핵 무장력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기존의 플루토늄이나 우라늄 농축 방식으론 소형화 경량화에 한계가 있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수소폭탄 관련 기술과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두세 차례 핵실험을 더 실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은 소형 수소폭탄을 실은 ICBM을 실전 배치해야 핵보유국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농축우라늄(HEU)으로 만든 핵탄두를 최대한 확보하는 동시에 단 한 발로 1개 대도시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수소폭탄으로 미국을 직접 겨냥한 뒤 핵군축 협상을 제의하는 수순으로 핵 강국 지위를 굳히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 한미 북핵물질 탐지 총력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미국은 WC-135 특수정찰기를 동해상으로 급파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대기 중으로 퍼진 미량의 방사성물질을 탐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북한이 1차 핵실험 이후 지하 갱도를 대폭 보강해 방사성물질의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 3차 핵실험 직후엔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수소폭탄#북한#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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