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서-최룡해는 김양건 비하면 대남관계 거의 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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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남총책 김양건 사망]
北 대남정책에 미칠 영향은

2014년 인천亞경기 관람 지난해 10월 4일 인천 아시아경기 폐막식에 참석한 북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오른쪽부터). 동아일보DB
2014년 인천亞경기 관람 지난해 10월 4일 인천 아시아경기 폐막식에 참석한 북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오른쪽부터). 동아일보DB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는 김정은 체제의 대남·대외 분야 1인자이며 핵심 참모 역할을 했다. 북한 매체들이 30일 김양건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가장 가까운 전우, 견실한 혁명동지”라고 치켜세울 정도였다. 그런 만큼 정부는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북한의 대남·대외 정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던 김양건은 남북의 차이점과 실상을 잘 아는 대화 파트너였다. 전문가들이 당분간 남북관계가 다소 경직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는 이유다.

김양건은 2012년 김정은 체제 본격 출범 이후 승승장구해 왔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대화에서 북한 측 주장과 판단을 주도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양건은 남북대화에서 ‘말이 통하는’ 인물이었다. 남북대화에서 비교적 온건한 태도로, 논쟁이 벌어져도 좀처럼 화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인천아시아경기 때 전격 방문한 3인방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만나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당 비서는 김양건에 비하면 대남관계는 전혀 모른다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2009년 서울 방문때 2009년 서울을 찾은 김양건 부장과 임태희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남북 정상회담 논의를 위해 만나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2009년 서울 방문때 2009년 서울을 찾은 김양건 부장과 임태희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남북 정상회담 논의를 위해 만나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김양건은 남북 정상회담 논의가 오간 2009년 10월 싱가포르 비밀접촉에도 관여했다. 김양건은 한국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발렌타인’ 30년산 2병을 하룻밤에 다 마실 정도의 ‘말술’ 스타일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양건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대화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 라인 인사들이 대거 숙청당하는 와중에도 혼자 살아남았다. 다른 관계자는 “무색무취한 스타일로 실권보다는 오래 살아남는 처세를 가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양건의 이런 노회한 스타일이 오히려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려는 김정은의 생각을 막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정부 내에서는 오히려 대남·대외 관계 개선이 필요한 김정은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남북대화에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개발의 필요성을 느끼는 김정은이 남북·대외관계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

김양건 후임으로는 올해 초 숙청설이 나왔으나 김양건 장의위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 복권된 것으로 보이는 원동연 통일부 부부장 등이 거론된다. 다른 관계자는 “하지만 당 비서라는 위상으로 볼 때 복권된 최룡해가 김양건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통일부가 30일 오전 김양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회의를 열어 김양건이 참여한 8·25합의가 의미 있는 합의임을 강조하는 조전을 보낸 것도 김양건의 공백이 남북관계 경직으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한 것이다. 북한 인사의 사망에 조전을 보낸 것은 8년 만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황병서#최룡해#김양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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