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뇌물입법 실형’도 정치탄압이라는 새정연 혁신본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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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로비 혐의로 기소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신학용 의원이 22일 1심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 대한 정치탄압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유감을 밝혔다. 두 의원은 직업훈련 시설에 붙는 ‘훈련’이라는 명칭을 빼도록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를 위한 입법을 해주고 뇌물을 받았다. 사법부가 국회의원의 입법 비리에 첫 실형 선고라는 철퇴를 내렸는데 소속 정당이 국민 앞에 사과부터 하기는커녕 거꾸로 사법부의 판결을 모욕하는 형국이다.

독재정권에서 민주화 투쟁을 하다 탄압받는 것처럼 ‘희생양 코스프레’를 하는 새정치연합의 반응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을 때도 문재인 대표는 “사법부가 권력에 굴복한 참담한 결과”라며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는 무죄”라고 강변했다. 30대의 이동학 혁신위원이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가 사과했을 만큼 새정치연합에는 자기들만 옳다는 1980년대 운동권식의 독선이 팽배해 있다. 광주의 김동철 의원은 20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계파 패권주의와 자신만이 옳다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 체질 개선과 정권 교체의 길을 외면하는 정당”이라고 새정치연합을 규정했을 정도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한 큰 이유도 새정치연합의 이런 속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안 의원이 비리·부패자 척결 등을 요구한 혁신안을 주장했지만 문 대표는 일축했고, 뒤늦게 수용하겠다고 했다가도 친노(친노무현) 반발에 ‘바지 사장’처럼 물러섰다. 친노 주류의 갑(甲)질과 막말 행태에 관대한 것도 ‘우리 편은 우리가 지킨다’는 패거리의식 때문이다. 다급할 때는 혁신위원회를 만드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도 실제론 변하지 않는 새정치연합의 ‘혁신 본색’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친노 주류의 패권주의와 독선, 위선에 절망한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잇따르면서 분당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호남권 의원 외에 비노 비주류의 대표주자인 김한길 의원 같은 수도권 의원들까지 탈당에 가세하면 내년 총선 전에 중도 개혁성향의 새 교섭단체가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어제도 다급해진 문 대표는 “당의 단합과 총선 승리를 위해 선거대책위원회를 조기에 출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공감한다”면서도 “당내 공론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자락을 깔았다. 사퇴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친노가 자신의 2선 후퇴를 용인해주고, 비주류 의원들이 탈당하지 않겠다면 조기 선대위를 받아들이겠다는 타협안으로 보인다. 문 대표가 아무리 ‘혁신’을 강조해도 뇌물 받고 입법한 의원을 “정치 탄압”이라고 감싸는 정당은 혁신을 말할 자격이 없다.
#안철수 탈당#새정연#입법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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