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플랜’ 가동?… 친박 개헌론 맞물려 정치권 촉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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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 11월 셋째주내 방북”]다시 조명받는 ‘潘 대망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1년 2개월 남았는데 일이 잘 풀린다면 그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 총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오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지난달 20일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연 한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5월 개성공단 방문이 북한의 돌연 입장 번복으로 무산된 이후 반 총장이 임기 내 방북을 재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채 안 된 16일 반 총장의 방북 계획이 보도됐다. 세부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치권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여권 주류 일각의 ‘반기문 대통령-친박 국무총리’ 개헌 시나리오가 불거진 직후여서 더욱 그랬다.

○ 반 총장, 지속적인 방북 추진

터키 G20 회의장의 반기문 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5일 오전(현지 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터키 안탈리아 레그넘호텔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반 총장은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차기 대선 출마설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안탈리아=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터키 G20 회의장의 반기문 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5일 오전(현지 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터키 안탈리아 레그넘호텔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반 총장은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차기 대선 출마설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안탈리아=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반 총장은 2007년 취임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방문할 생각이 있다”고 말해 왔다. 실제 방북을 지속적으로 타진했다. 톰 플레이트 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논설실장도 반 총장과의 대담을 펴낸 책에서 반 총장이 2009년 방북 일자까지 확정한 상태에서 북측 요청으로 회담이 불발된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5월 개성공단 방문이 무산된 뒤에도 성사 노력은 계속됐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반 총장은 뉴욕 유엔 사무총장실과 북한 유엔대표부 채널을 통해 여러 차례 북한에 방북 의사를 타진했고 방북 시점을 조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전문가는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북한의 요구보다 반 총장의 방북 의지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반 총장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첫 방북은 꺼지지 않는 ‘반기문 대망론’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반 총장이 남북 관계에서 업적을 쌓아 대권 초석을 다지려는 일련의 ‘정치 플랜’을 가지고 움직이는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아직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 반 총장이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난다면 ‘통일·외교’를 콘텐츠로 차기 대선후보군에 오를 수 있다. 특히 뚜렷한 차기 주자가 보이지 않는 친박계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반기문 띄우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망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 총장 주변에서는 외교 그룹을 주축으로 고위 관료 출신과 일부 전직 국회의원들이 가세해 자문그룹을 구성했다는 말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이 실제 대권에 도전할 것인지와 별개로 ‘반기문 카드’가 내년 총선 이후 여권 내에서 다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김정은에게 “회담 나오라”는 메신저 되나

북한은 최근 북-중·남북 관계 등에서 대외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반 총장을 통해 유엔 등 국제사회와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정부도 반 총장의 방북이 남북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자격이기는 하지만 반 총장이 남북 관계 개선에 역할을 하고 싶다고 수차례 얘기해 온 만큼 김정은을 남북 당국 간 대화로 이끌어낼 대북 메신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주부터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 논의가 본격화되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직접 유엔을 향해 인권 결의안 채택에 반대하면서 북한이 인권 유린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선전하는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유엔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는 현재 북한 인권 결의안을 논의 중이며 빠르면 18일 채택할 예정이다. 결의안은 그동안의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 압력을 환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결의는 내달 18∼22일 유엔 총회로 넘겨져 공식 채택된다.

홍수영 gaea@donga.com·윤완준 기자
#대권#플랜#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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