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교과서 첫걸음부터 삐끗… 집필진 구성에 어려움 커질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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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최몽룡, 대표 집필진서 사퇴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진 공개에 부담을 느낀 교육 당국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상고사와 고대사 대표 집필진을 먼저 공개했다. 그러나 이것은 예상치 못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상고사를 맡은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국정 교과서의 첫 단추부터 어긋나게 된 것이다. 가뜩이나 역사학계에서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최 명예교수의 퇴진 전례는 집필진 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이들은 최 명예교수 개인에 대해 인신공격성 비판을 하던 것을 넘어 국정 교과서에 참여하는 이들의 인격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온라인에는 “정부가 정말 어렵게 모셨다던 대표 수준이 이 정도면 나머지 집필자는 더 문제일 것”,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던데 대표 집필자가 초장부터 판을 뒤엎었다”라는 식의 빈축이 이어지고 있다.

‘제2의 최몽룡 사태’를 막으려면 국편이 집필진을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극소수의 집필진만 공개한다면 세간의 관심이 소수 몇 명에게 집중되고, 그 과정에서 인신공격에 대한 압박감이 더 커지고, 자연히 집필을 꺼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명예교수의 사퇴에 대해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문제가 되는 것은 오히려 근현대사 쪽인데 그런 분들은 공개를 안 하고 원로학자 두 분만 내놓다 보니까 그분들에게 비판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정부가) 자꾸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드니까 이분이 부담을 갖고 부적절한 언동이 생긴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편은 집필진을 공개하는 것이 집필에 방해가 된다면 집필이 끝날 때까지 집필진을 비밀에 부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만일 최 명예교수의 후임을 찾지 못한다면 상고사와 고대사를 묶어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대표 집필자를 맡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최몽룡#국정교과서#집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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