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손잡은 靑… ‘朴心’과 박자 안맞는 친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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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진 새누리 갈등구도

‘갈등의 폭발인가, 봉합인가.’

공천 룰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 간 갈등이 묘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5일 김무성 대표를 향해 “이제는 용서 안 하겠다”며 ‘정면대결 불사’를 선언했다.

하지만 같은 날 청와대의 반응은 달랐다.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과 박종준 전 경호실 차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더이상 청와대 차출은 없다’는 메시지를 김 대표 측에 보냈다. 청와대가 ‘친박계’ 전략공천을 위해 김 대표를 공격한다는 ‘공천 개입 프레임’을 원천 봉쇄해 내홍의 조기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같은 날 청와대와 친박계의 상반된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선 ‘새누리당판 부조리극’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여권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 “청와대와 김 대표 측 상당 부분 오해 풀어”

지난달 30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여야 대표가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활용 국민공천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맞받아쳤다. 당청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날 김 대표는 청와대와의 물밑 접촉을 통해 ‘확전 자제’라는 신사협정을 맺었다.

지난 주말에도 김 대표 측과 청와대 인사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교환이 이뤄졌다고 한다. 청와대는 김 대표 측에 “박근혜 대통령은 공천 지분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대구경북(TK) 물갈이설’ 등은 청와대 뜻이 아니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청와대 인사들을 조기 정리해 김 대표 측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청와대는 김 대표 측에 박 대통령이 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천 룰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점도 사전에 귀띔했다고 한다. 김 대표를 향한 친박계의 잇단 공격이 박 대통령의 의중인지를 두고 고심하던 김 대표에게 ‘일보후퇴’의 명분을 준 셈이다.

김 대표 측은 청와대에 “김 대표의 최대 관심은 총선 승리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라는 취지의 메시지도 전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청와대와 김 대표가 ‘총선 승리와 개혁과제 완수’라는 공통분모를 놓고 갈등 봉합의 접점을 찾았다는 얘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안에 여당과 어떻게든 힘을 합쳐 노동개혁을 완수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김 대표와 싸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김 대표, 청와대와 친박계 ‘분리대응’ 나설 듯

그럼에도 친박계의 공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표면상 갈등 지점은 공천 룰이지만 친박계는 이번 내전(內戰)에서 세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박계 핵심 인사는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당내 분란을 원치 않아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당내 선거나 중요 의사결정 때마다 비박계에 밀린 상황을 이번 기회에 반전시키겠다는 얘기다.

김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린 서 최고위원은 충돌 직후 김 대표를 따로 만나 “앞으로 당무와 관련해 나와 상의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당내 의사결정에 친박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시키겠다는 의미다.

친박계의 반격은 내년 6월경 예정된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까지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서 선출될 당 대표는 2017년 대선 경선을 관리하는 만큼 어떻게든 친박계가 당권을 쥐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개혁과제 완수에, 친박계는 당권 회복에 방점이 있는 만큼 김 대표도 분리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는 협조하는 대신 친박계와는 여론전을 펴는 ‘투트랙 전략’을 펼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김 대표가 공천 룰과 관련해 ‘잇단 후퇴’ 논란을 빚으면서 우군인 비박계에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김 대표가 자꾸 말을 바꾸니 우리도 스탠스를 정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 측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당내 분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그걸 위해 지금은 대표가 수모를 참아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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