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에 본회의 무산… 결산안-대법관 인준 불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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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다시 ‘정쟁모드’ 전환

2014년도 결산을 의결하기 위해 28일 열기로 했던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특수활동비’ 문제에 발목이 잡혀 결국 무산됐다.

불과 8일 전 여야가 합의한 사항인데도 야당이 본회의 개최와는 무관한 별도의 ‘협상 카드’를 내밀며 의사일정을 중단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지뢰 도발 등 국가 안보위기가 발생하자 모처럼 초당적 협력 자세를 보였던 여야는 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된 지 사흘 만에 정쟁 모드로 전환했다.

이날 본회의가 불발되면서 19대 국회는 또다시 결산 법적 처리시한(31일)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19대 국회는 임기가 시작된 2012년(9월 3일)에 이어 2013년(11월 28일), 2014년(10월 2일)에도 결산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 특수활동비 갈등에 본회의 무산

여야는 당초 이날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 예정이었다.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이달 말 종료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간 연장안(11월 15일까지) 등의 처리에도 공감대가 있었다. 결산안 심사는 이미 완료된 상태였다.

암초는 특수활동비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에 ‘특수활동비 개선 소위원회’ 구성에 합의하지 않으면 결산을 의결할 수 없다며 버텼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요구를 즉각 거부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이 소위를 지렛대 삼아 국가정보원이나 검찰 등 사정기관의 손발을 묶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정원이 돈을 어디에, 얼마큼 쓰는지 안다면 국정원의 활동 방향과 동선(動線)을 다 파악할 수 있다”며 ‘절대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특수활동비는 국정원을 비롯해 대통령실, 검찰, 경찰, 국방부 등 수사나 보안, 국방과 관련된 부처에 주로 배당된다. 동아일보 분석 결과 2013년도 결산 기준으로 정부는 특수활동비 8294억8400만 원을 집행했다. 이 중 55.1%인 4566억2900만 원을 국정원이 썼다. 역대 정권도 비슷하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8131억 원을 썼다.

이날 오전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예결위 간사가 ‘2+2’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본회의는 무산됐고 여야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은 “야당이 전날 (소위 구성 요구를) 들고 나와서 ‘본회의를 못 하겠다’고 했다”면서 “여야 합의를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것은 야당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반대로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수석을 통해 (늦게라도) 본회의를 하자고 전달했는데 여당이 본회의를 걷어차 버렸다”고 비난했다.

○ 정국 주도권 노리는 야당의 뒤집기 카드

새정치연합이 뒤늦게 특수활동비로 여권을 압박하는 배경에는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로 남북관계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계기를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 워크숍에서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탄핵소추안과 특수활동비로 국면 전환의 시동을 건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그가 “추석 밥상에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올려놓고 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생각이었는데 이마저도 이산가족 상봉에 묻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남북 합의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야당의 전략이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의 (수용 불가) 방침은 정해졌다”며 “야당이 계속 특수활동비 소위를 고집할 경우 결산 처리를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당이 대외적으로는 “계속 협상하겠다”고 밝혔지만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여당으로서는 여론이 결코 불리할 것이 없다고 보는 셈이다.

여야는 당분간 냉각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 추가 협상을 통해 31일 본회의를 여는 방안에는 회의적이다. 이에 따라 9월 1일 열리는 19대 마지막 정기국회도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특수활동비 ::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 국가정보원, 국방부, 법무부, 국세청 같은 정보수집 및 사건수사 기관이 주로 사용한다. ‘기타 이에 준하는’이라는 조항에 근거해 국회의장 및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상임위원장에게도 지급된다.
홍수영 gaea@donga.com·한상준 기자
#특수활동비#본회의#정쟁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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