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도발만 하면 편드는 중국, 믿을 수 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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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어제 한국 외교부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포격 도발 등에 대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남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면서 남북이 공동으로 노력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도 “남북 다 자제하길 바란다”며 대화로 분쟁을 풀어나갈 것을 당부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서 중국 정부의 입장은 선제 도발을 한 북한을 편드는 쪽인 것으로 풀이된다.

남한은 북한이 지뢰 도발을 하자 무력행사가 아닌 대북 확성기 방송의 재개로 대응했다. 그제 확성기를 겨냥한 북한의 포격 도발에 대해서도 원점 타격을 피하는 포격을 했다. 남한 내에서 철저한 응징을 요구하는 여론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지뢰 도발도, 포격 도발도 자신들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한국이 먼저 도발을 했다며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면서 긴장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북한군의 화력이 전진 배치됐고, 추가 도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중국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비롯해 그동안 북한의 숱한 도발에 대해 단 한 번도 단호하게 북한을 질책한 적이 없다.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 공조에서도 늘 비켜서 있다시피 했다.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보다 ‘한반도 비핵화 지지’라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가 강조하는 ‘북핵 저지’와 개념이 다르다. 남한 내 미군 주둔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내용이다. 중국은 세계 평화를 책임지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핵을 등에 업은 북한은 김정은 정권 유지를 위해 더 호전적으로 나올 수 있다. 남북 간 무력 충돌을 막고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려면 중국이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책무를 다해야 한다.

중국은 지금 대대적인 전승절 행사를 준비 중이다. 중국으로선 매우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도발을 저질렀다. 일각에선 북한의 김정은이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려는 핑계를 만들기 위해 도발을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불참한 김정은으로서는 중국에만 가기가 난처할 것이다. 김정은의 참석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의 추가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면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이 어려워지는 등 전승절 행사 자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도,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도 우리의 국익과 함께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한국 정부는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숨진 중국군 유해를 본국으로 송환하는 성의도 보였다.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려면 북한의 도발에 지금처럼 남북한 양쪽이 다 잘못됐다는 식의 자세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북한에 분명한 경고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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