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이병기 7분간 독대… 당청 갈등 해법 논의한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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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못 찾는 여권]
국회 운영위서 ‘어색한 만남’

서먹한 옛 동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오른쪽)가 3일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으로 전체회의를 열기에 앞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뒤 당청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이날 두 사람은 식사도 따로 하는 등 냉랭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먹한 옛 동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오른쪽)가 3일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으로 전체회의를 열기에 앞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뒤 당청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이날 두 사람은 식사도 따로 하는 등 냉랭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불편한 당청관계의 중심에 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마주 앉았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 발언을 쏟아낸 뒤 8일 만이다. 사석에서 호형호제하는 사이지만 두 사람은 의례적인 인사마저 생략한 채 오전회의를 시작해야 했다. 회의 직전 통상적으로 갖는 티타임도 생략했다.

4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가 끝난 뒤 유 원내대표와 이 비서실장은 운영위원장실에서 배석자 없이 7분간 독대했다. 유 원내대표가 먼저 “차 한잔할 시간 있느냐”고 해서 자리가 만들어졌다. 이 자리에서 이 실장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며 수습 방안을 조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독대 7분간 해법 조율했을 듯

이 실장은 이날 운영위 회의에 앞서 김무성 대표만 5분 정도 만났다. 김 대표는 이 실장과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 거취에 대해) 얘기했다고 해도 했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 거취 논란에 대해 의견을 나눴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운영위가 끝난 뒤 이 실장을 만난 유 원내대표는 거취와 관련된 얘기를 들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며 “7일 운영위 일정도 차질없이 하겠다”고 말했다. 이 실장도 청와대 뜻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 없다” “지금부터 입이 없다”며 함구했다. 그만큼 민감한 현안을 논의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두 사람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실장은 유 원내대표에게 박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며 출구전략을 모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이 실린다.

두 사람은 2002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 캠프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에서도 손을 잡을 정도로 각별하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 “유승민 인정하나?” “여기서 말할 성질 아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운영위원장 자격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말을 아꼈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거칠어지자 박 대통령을 엄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이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언급하며 “막말, 압박, 협박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유신 잔당이 권력의 중심에서 날뛰는 세상”이라고 비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즉각 유 원내대표는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며 “결산에 집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야당 의원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올랐던 이 실장의 신상발언을 요구했을 때에도 유 원내대표는 “결산 자리인데 적합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철저히 말을 아끼되 청와대에 대한 감정적 대응에는 제동을 건 것.

이 실장은 목소리를 높여 적극 대응했다. 박 대통령의 국회 비판을 문제 삼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는 “늘 국민 삶을 생각하고 국민 중심의 정치가 돼야 한다는 대통령 나름의 절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다만 “청와대가 운영위에 참석한 것은 (유 원내대표를) 인정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여기서 말씀드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비켜갔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차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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