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野, 보스 아닌 리더가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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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全大 D-1
지역-이념 갈등 얼룩진 선거
“정책대안 제시 능력 절실… 건강한 견제세력 거듭나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8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당 대표 후보인 문재인 이인영 박지원 의원(왼쪽부터 기호순). 동아일보DB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8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당 대표 후보인 문재인 이인영 박지원 의원(왼쪽부터 기호순). 동아일보DB
문재인 의원=이렇게 계속 ‘나는 그렇게 하면 못 하겠다’고 말씀하시는 건 결국 경선 룰에 불복하시는 거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이게 벌써 몇 번째입니까?

박지원 의원=옳지 않은 일을 하면서 ‘내가 당 대표가 되겠다’, ‘내가 대권 후보가 되겠다’는 건 진정으로 안 되는 겁니다.

문 의원=어떻게 토론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지금 (여론조사) 룰 이야기를 계속…. 심지어 오늘 을지로위원회 토론회에서도 룰에 대한 불만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박 의원=그렇게 화내지 마세요.

5일 한 라디오 방송 주최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후보자 마지막 토론회도 결국 후보끼리 낯을 붉히며 끝났다. 박 의원은 당 대표 경선의 여론조사 룰 변경 논란을 다시 제기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문 의원은 한숨을 몰아쉬며 반박했다. “저질 토론”(문 의원), “정치인이 아니라 여전히 변호사 같다”(박 의원)는 등 날 선 말들이 오갔다. 미래를 위한 청사진은 없었다.

새정치연합의 새로운 당 대표와 최고위원 5인을 뽑는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전대는 8일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고 오후 5시경 당선자 발표가 예정돼 있다.

당 대표 경선은 문재인, 박지원 의원 측이 서로 우위를 주장하며 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 의원은 6일 ‘마지막 지지 호소 메시지’에서 “국민에게 지지받는 당 대표, 그래서 국민에게 지지받는 정당, 그 길을 선택하면 된다. 그래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고 정권 교체 희망도 생긴다”며 “그 일에 저를 다 버릴 각오다. 죽기를 각오하고 그 뜻을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당원과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에서 “제가 대표가 되면 즉시 당의 통합을 위해 ‘총선·대선 승리 위원회’(가칭)를 구성하겠다”며 “당내 모든 세력과 소중한 자산이 함께 참여하는 거당적인 당 운영 체제를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인영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혁신 없는 문재인, 박지원은 무서운 거품일 수 있다”며 “두 후보를 거부하는 부동층 40%의 분노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 “지지받는 黨으로” “文-朴 무서운 거품” “거당적 당 운영할것” ▼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D-1


지난달 7일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예비 경선을 치른 뒤 한 달 동안 선거운동이 진행됐다. 당 대표 후보들은 ‘당이 위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정당 개혁, 계파 해체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들은 경선 과정에서 수권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략, 정책, 비전을 제시하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대를 열흘가량 남기고는 여론조사 경선 룰 변경 논란이라는 수렁에 빠지며 토론회는 이전투구의 장으로 바뀌었다. 한 TV 토론회에서는 문, 박 의원이 서로의 발언을 “저질”이라고 공격하는 민망한 장면이 연출됐다. 해체하겠다던 당내 계파는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고, 상대를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전략이 판쳤다.

새정치연합이 거듭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전대에서 당을 제1 야당 자격이 있는 정당으로 환골탈태하게 할 대표를 뽑는 일이 그것이다. 전체 투표의 45%를 차지하는 대의원 투표가 8일 현장에서 이뤄진다. 전국의 1만5000여 대의원에게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책임이 부여됐다. 대의원들이 지역, 이념의 한계를 뛰어넘는 리더십, 뿌리 깊은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 낼 수 있는 당 대표를 ‘밝은 눈’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건강해야 그 나라 정치가 건강하다”는 말이 정설로 통한다. 야당이 정부를 정확하게 비판하고 견제해야 국정이 바로 설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의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을 통해 ‘진짜 야당’은 새정치연합이 아니라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중심의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지도부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회자된다. 새정치연합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부자 감세 철회’만 외쳐서는 제1 야당의 지위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전문가들은 대의원들이 ‘계파 보스’가 아니라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갖추도록 당을 혁신할 수 있는 리더십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발목 잡기 정당이 아니라 정책 대안 제시 능력을 갖춘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국민이 수긍하고 납득하는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을 만드는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이념 지향적인 투쟁보다 실생활과 관련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는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문재인#박지원#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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