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던 기업인 가석방論, 여권내 냉기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주요 대상자 형기 70%이상 못채워… 가석방 아닌 사면으로 풀어줘야
靑-與내부 “대통령에 너무 부담”

여권에서 급물살을 탔던 ‘기업인 가석방’ 논의에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우선 청와대부터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가석방 애드벌룬’ 띄우기에 나섰던 여권 핵심 인사들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인 가석방에 대한 국민 여론이 곱지 않은 데다 ‘특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내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31일 “국민은 가석방과 특별사면을 별개로 보지 않는다”며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차별점 중 하나가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은 것인데 그동안 지켜온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가석방 리스크’를 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 당시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13년 1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측근들을 특별사면하자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유일하게 사면권을 행사했다. 당시 서민 생계형 형사범과 불우 수형자 5925명을 사면했으나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인이나 기업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업인 가석방을 지지해온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도 이날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형기의 70% 이상을 채우지 않은 수형자들을 가석방한 전례가 드물어 주요 기업인들을 가석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사면밖에 방법이 없는데 대통령에게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12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석방에 대한 법률 검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마친 모범 수형자가 대상이지만 실제 가석방 혜택을 받은 수형자는 대부분 형기의 70∼80%를 채웠다고 한다. 주요 가석방 대상자로 꼽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은 이 기준에 못 미친다. 특혜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교화 정도나 재범 가능성 등을 고려해 가석방을 결정해 왔는데, 갑자기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가석방을 실시하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서도 법조계 출신은 대부분 기업인 가석방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출신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지난해 12월 26일 “재벌 봐주기를 경제 살리기로 포장하는 건 좀 그렇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땅콩 회항’ 파문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30일 구속되는 등 재벌 오너 집안에 대한 국민의 곱지 않은 인식도 여권에 부담이다. 김무성 대표가 이날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서 더는 말을 안 한다. 그렇게 복잡한지 몰랐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경제 활성화를 책임지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은 여전히 대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해 기업인 가석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은 2일 5부 요인과 여야 지도부와, 다음 주엔 경제계 인사들과 신년 인사회를 연다. 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egija@donga.com·고성호 기자
#기업인#가석방#여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