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매개로 대화, 속내 비친 北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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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줄것 적극 고려” 언급에 北, 5·24조치 등 포괄협의 시사
통일硏 “北 인권압박 해소 시급… 2015년 대화 기류 적극 활용해야”

북한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24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들에게 꺼낸 ‘이산가족 상봉 문제 해결’ 발언의 의도에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양건의 발언이 최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해결을 위해 북한에 줄 게 있으면 주겠다”고 밝힌 정부 측 대응에 대한 응답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양건은 24일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에게 “금강산 관광, 5·24 조치,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서 소로(小路)를 대통로로 만들자”고 말했다.

○ 김양건 발언은 정부 측 대응에 화답?

정부 당국자는 25일 “금강산 관광과 5·24 조치는 북한이 원하는 현안이지만 대남 라인의 수장이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꼭 집어 해결하자고 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우선시하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매개로 북측이 남북 대화를 해보자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달 초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부분에서 북한에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 관광, 5·24 조치를 남북 대화 테이블에 모두 올려 포괄적으로 협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왔다. 따라서 김양건의 발언은 한국 정부의 ‘포괄적 협의’에 응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의 한 당국자는 “김양건이 ‘남쪽이 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도 말했고 남북 고위급 접촉을 하겠다는 말도 없었다”며 “김양건의 메시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 통일연구원 “북한, 내년 이산상봉 나올 것”

이런 상황에서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25일 “북한이 내년 인권 문제에 대한 압박을 희석시키는 방편의 하나로 이산가족 상봉을 (남북) 거래의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연구원은 이날 동아일보에 공개한 ‘2015 정세 전망’에서 “북한이 내년 상반기에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 등 대남 대화 공세를 전개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수암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우리도 인도적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인권 압박에 물타기 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북한의 이런 속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또 “북한이 내년 금강산 관광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성과로 내세우는 마식령 개발사업과 연계해 제2 개성공단 기능을 하도록 시도하면서 한국의 경제적 지원을 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통일 정책을 흡수통일로 규정하는 북한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가 의미 있는 상태로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흡수통일 정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북한에 더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산가족 상봉#북한#김양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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