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기준 뭔가” 부처들 촉각… 결과 본뒤 “정책점검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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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대한민국 정책평가]정책평가, 관가서 큰 관심

“정책평가? 왜 하는 것인가? 평가기준을 알려 달라.”(평가 초기)

“결과는 언제 나오나? 우리 정책은 좀 어떤가?”(평가 중간단계)

“앞으로 더 좋은 정책을 만들겠다. 결과는 받아들이지만 아쉽다. 평가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평가 결과 발표 후)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가 올 3∼12월 실시한 ‘2014 대한민국 정책평가’는 평가 기간, 정책 선정방식, 평가기법 면에서 사상 초유의 프로젝트였다. 늘 ‘갑’의 위치에서 정책을 발표해온 정부로선 새로운 평가에 대해 평가 기간 내내 호기심, 불안, 만족, 실망 같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 평가대상 정책 선정에 애로 호소

정책 평가 초기 자료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부처들은 대체로 대표 정책을 추리는 데 고심했다. 중요도가 높은 정책이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본보와 정부학연구소는 정부가 홍보하고 싶은 정책 위주로 정책을 선별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평가 대상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평가 대상 정책을 추릴 때 애로를 호소한 부처는 외교안보 관련 부처들이었다. 기밀을 다루는 부처 특성상 자료를 외부에 제공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컸다. 외교안보 부처의 한 당국자는 본보에 자료를 제공한 뒤에는 “어렵게 자료를 제공했는데 우리 자료를 토대로 우리 부처의 평점이 나쁘게 나오면 뒷감당이 안 된다”며 후폭풍을 걱정하기도 했다.

방위사업청은 정책평가를 진행하는 가운데 대규모 군납비리가 일파만파로 불거지자 당초 제출했던 ‘자주국방력 강화를 위한 방위사업 추진’ 정책에 대한 평가를 계속 진행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 통일부는 정책평가 항목을 제출할 때부터 큰 관심을 나타냈다. 평가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자 점수를 문의해 오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출입기자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정책 평가 기준은 무엇이냐”고 묻거나 “다른 부처는 어떤 정책을 평가받고 싶어 하느냐”는 등 경쟁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 “더 잘하겠다” vs “할 만큼 했는데 아쉽다”


평가 결과 3.4점 이상을 받아 잘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은 부처들은 크게 안도하는 반면 평균 이하인 2점대 점수를 받은 부처는 실망하는 모습이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내실화 정책으로 최고점(3.6점)을 받은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각계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려 한 점이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앞으로도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에 귀 기울이는 소통에 힘써서 더 좋은 정책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주 권리강화 정책이 3.5점의 높은 점수로 2위를 차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장 소통을 중시했던 점이 반영됐다”면서도 “정책 중에는 혜택을 주는 정책과 규제를 하는 정책이 있는 만큼 평가 기준을 차별화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는 건의도 했다.

2점대를 받은 부처들은 ‘불만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핵심정책인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이 2.2점의 ‘낙제점’을 받자 낙담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초기 혼란이 있었지만 이는 10여 년간 지속돼온 이동통신시장 환경이 새로운 법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정책 평가를 한 시점이 법에 대한 불만이 커졌던 시점이라 낮게 평가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산업을 통한 내수 활성화 및 신규시장 개척 정책’은 2.5점으로 전체 40개 정책 중 37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평가기준 설계 과정과 설문 내용을 알기 전엔 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여성가족부도 경력단절여성 취업지원정책 평가결과가 2.8점에 그치자 “어떤 자료를 근거로 이런 평가를 내린 건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해양수산부는 마리나산업 육성정책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자 즉각 원인 분석에 나섰다. 해수부 관계자는 “평가점수가 낮아 부처 사기는 떨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민들이 어떤 정책을 원하는지 점검할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신치영 경제부 차장 higgledy@donga.com
▽팀원=홍수용 김준일(이상 경제부) 김희균 유근형 최지연(이상 정책사회부) 윤상호 조숭호 김정안(정치부) 최고야 기자(소비자경제부)
#정책평가#정책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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