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防피아 척결’ 강한 의지… 前정권까지 칼날 미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檢, 방산비리 합수단 구성]

《 수사 대상 어디까지… 정부가 방위산업 비리에 대규모 합동수사단을 구성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전시에 한국군의 무기가 제대로 작동이나 할까”라는 의문이 나올 정도로 우리 방위산업과 방위력에 대한 불신과 위기감이 극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합수단에 감사원과 검찰,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관세청의 정예 인력을 총동원하고 검사 15명 이상을 투입해 고강도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  
방산비리 합수단장에 검사장급을 임명하고, 검사를 감사원에 파견해 감사 현안을 즉시 수사하는 등 유기적 공조 시스템이 추진된다. 이는 ‘방산비리가 곧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대통령 강한 의지…‘제2의 율곡비리’ 터지나


방산비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국방 전체에 국민적 불신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튿날 국회 시정연설에선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로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히 척결해 그 뿌리를 뽑을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더욱 높였다. 특히 잇단 방산비리가 불거지자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을 교체하는 쪽으로 청와대가 가닥을 잡은 것도 방산비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검찰은 물론이고 감사원과 관세청 등 여러 기관을 망라해 사상 최대 규모의 합수단을 출범키로 한 데에도 “방산비리를 반드시 척결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검찰 안팎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 방산비리라는 ‘율곡비리’가 또 터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1993년 김영삼 정부 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밝혀낸 율곡비리는 전두환·노태우 정부의 대규모 육군 전력증강 사업에서 정부 고위 인사들이 업체 선정에 개입해 뇌물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난 ‘방산 게이트’였다. 당시 탄약고 시설 공사 등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이종구,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줄줄이 구속 기소됐다.

이 때문에 방산비리 수사가 전(前) 정권을 겨냥한 사정 수사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때는 ‘정권 실세’로 불리던 경제 관료 출신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이 취임해 방산 효율화를 내세웠지만 계속되는 방산비리를 막지 못했다.

검찰 내부에선 “군사기밀로 봉쇄된 방위산업의 성격이나 고도로 전문화된 군 장비 체계 때문에 내부 제보자가 있지 않으면 수사가 쉽지 않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반면 수사가 잘 풀릴 경우 율곡비리, ‘린다 김 사건’과 같은 대형 사건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어 “방산비리는 ‘열기 부담스러운 판도라의 상자’”라는 얘기도 나온다.

○ 통영함 등 수사 확대…국산무기 사업 수사 대상

합수단은 우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영함과 소해함 사업 관련 비리 의혹을 광범위하게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군의 주요 사업 전반을 점검하는 형태로 수사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해군 수상함 구조함인 통영함은 방산비리의 ‘결정판’이다. 방위사업청의 핵심 실무자들이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주요 장비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방산업체의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억대의 금품을 받고 계약을 청탁해 준 해군 대령 출신 A 씨도 최근 검찰에 체포됐다. 이들의 ‘검은 거래’로 성능이 미흡한 원가 2억 원짜리 장비가 40억 원 가까운 고가에 납품되는 등 혈세도 낭비됐다. 이를 눈치채지 못한 방위사업청은 2011년 9월 통영함 진수식 때 관계자 20여 명을 유공자로 표창까지 했다. 결국 해군이 성능 미달을 이유로 인수를 거부한 통영함은 ‘애물단지’로 전락해 세월호 참사 때 투입되지 못했다.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통영함 사업 관리가 매우 부실했다”고 책임을 인정했다.

군이 ‘명품 무기’라고 자찬한 국산 ‘K계열 무기’ 관련 비리 및 결함도 드러났다. 최근 창원지검은 K-9 자주포와 K1A1 전차, K-21 장갑차 등 우리 군 지상 핵심 무기의 부품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업체 45곳과 관계자 53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부족한 생산기술을 숨기거나 시험분석 의뢰에 따른 납기 지연 및 분석의뢰 비용 부담 등을 피하기 위해 시험분석기관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이들이 납품한 위·변조 부품들은 무기의 성능과 장병의 안전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감사원은 주요 방위사업 주제별 점검에 착수했고, 검찰은 구체적인 무기 도입과 관련된 범죄 첩보를 수집하고 있다. 감사원과 검찰의 ‘씨줄 날줄’ 스크린이 시작된 것이다.

‘군피아(군대+마피아)’와 ‘방피아(방산+마피아)’도 방산비리의 주범이자 적폐로 꼽힌다. 지난달 방사청 국감 결과 무기 구매를 담당했던 대령 4명이 전역 후 2년간 취업제한 규정을 어기고 자신들의 업무와 같은 분야의 방산업체에 불법 취업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방산비리#합수단#감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