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간 법안처리 ‘0’… 재보선 후폭풍에 아예 멈춘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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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지 않은 국회]

野 “세월호法 처리” 금식농성 새정치민주연합의 인재근 의원(왼쪽)과 배재정 의원이 3일 국회에서 ‘세월호진상규명특별법’ 수용을 촉구하는 24시간 금식 릴레이 농성을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의원 2인 1조의 릴레이 금식 농성은 지난달 20일 시작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野 “세월호法 처리” 금식농성 새정치민주연합의 인재근 의원(왼쪽)과 배재정 의원이 3일 국회에서 ‘세월호진상규명특별법’ 수용을 촉구하는 24시간 금식 릴레이 농성을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의원 2인 1조의 릴레이 금식 농성은 지난달 20일 시작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7·30 재·보궐선거가 끝났지만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선거가 끝나면 여야가 정쟁에서 벗어나 ‘불임(不姙) 국회’를 끝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국회 상황은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재·보선 승리에 고무된 듯 새누리당은 주요 현안에 대해 강경해진 태도를 보이고 있고, 재·보선 패배 뒤처리에 매달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논의 자체에 응하지 않고 있다. 20일까지 문을 열어 놓은 7월 임시국회에서도 현안 처리가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 7월 임시국회도 법안처리 ‘0’건 우려

5월 8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나란히 여야 원내 사령탑 자리에 오르면서 대화정치 복원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실제 두 사람은 매주 월요일 정례회동을 성사시켰고, 7월 11일에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같이 만나는 등 대화정치의 물꼬를 트는 듯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뒤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5월, 6월 임시국회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고 이달 20일까지 열리는 7월 임시국회 역시 법안처리 ‘제로’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재·보선 직전인 지난달 28일 여야 원내대표 주례 회동이 불발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치더라도 4일 주례회동 성사도 불투명해졌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도 대치가 더 심해지고 있다. 여당은 특별검사 추천권을 야당이나 진상조사위원회에 줘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절대 반대’라는 뜻을 고수했다. 국조특위도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 유정복 인천시장(전 안전행정부 장관)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사실상 활동이 중단됐다.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여당 내에서 강경한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야당의 무리한 주장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3일 “새정치연합은 법과 원칙을 넘는 과도한 요구로 세월호 특별법 및 관련 국조 청문회에 대해 더이상 ‘몽니’를 부리지 말라”고 요구했다.

새정치연합은 재·보선 이후 지도부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당 내부 문제로 세월호 정국을 타개할 동력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 경제 살리기·국가 대혁신 관련 법안 처리도 요원

이렇다 보니 경제 살리기, 국가 대혁신 관련 법안들도 사실상 국회에서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청와대는 1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등 경제활성화 관련 19개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국회에 요구했고, 새누리당은 “정파 이익과 상관없는 민생법안인 만큼 빨리 통과시키자”며 야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야당은 “여야 간 이견이 있어서 통과가 보류된 법안들을 이제 와서 내미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예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의 경우 새정치연합은 의료 민영화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여당이 ‘세월호 특별법은 잊자’고 하면서 자기들의 뜻만 밀어붙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국가 대혁신과 관련해 여야 원내지도부는 정부조직법,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유병언법’(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을 8월까지 처리하기로 약속했지만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김영란법’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 정부조직법을 심사해야 할 안전행정위원회, 경제 관련 주요 법안들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를 비롯해 18개 국회 상임위원회 중 9개는 아직 법안심사 소위원회 구성조차 못한 상태다.

그런데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10여 명이 학술대회 참석차 6일부터 일주일간 미국을 방문하는 등 9월 정기국회를 앞둔 여야 의원들의 외유가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눈총을 받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국회가 말로만 ‘특권 내려놓기’를 하는 것보다는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국회#법안처리#세월호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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