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다시 대결모드로]北, 독일식 흡수통일 위기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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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잇단 원색비난 왜?

박근혜 대통령은 1일 북한이 자신을 겨냥해 “천치 같은 ×” 등 원색적 욕설을 퍼부었지만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만찬에 참석해서도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시대적 사명일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은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며 통일 비전을 거듭 강조했을 뿐이다. 북한의 비이성적 막말은 무시한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아직 끝까지 간 것은 아니다”는 말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가 설정한 마지노선은 ‘4차 핵실험’이다. “아직 끝까지 가지 않았다”는 말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즉각 대응하기보다는 일단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 막가는 北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이날 박 대통령을 겨냥해 쏟아낸 막말 비방은 과거와 사뭇 달랐다. 저질 욕설을 넘어 “예순이 넘었다는데 골통은 빈 깡통” “시집도 못 가고 아이도 못 낳아본 주제에”와 같은 인격 모독 발언이 난무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독일 드레스덴공대에서 밝힌 통일 구상에 대해서도 “오물처럼 쏟아낸 망발”이라며 걷어찼다. 북한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핵심인 드레스덴의 3대 제안을 일축한 셈이다.

정부는 북한의 비이성적 막말 비방이 내부 체제 불안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당국이 지난달 초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이후 집중됐기 때문이다. 2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비방 중상 중단’이 이행되지 않는다고 여긴 북한 군부의 불만이나 북한 내부의 충성 경쟁이 박 대통령에 대한 ‘막말 보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김정은 체제를 비판하는 대북 전단 살포와 언론의 북한 비판”이라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이나 민간단체의 활동을 통제할 수 없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북한은 그 배후에 우리 정부와 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고립되고 있는 북한이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을 ‘독일식 흡수통일’로 받아들이고 본격적인 내부 단속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신문은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 “박근혜가 추구하는 통일은 우리의 존엄 높은 사상과 제도를 해치기 위한 반민족적인 ‘체제통일’”이라고 비난했다.

○ 자제하는 南

북한의 비이성적 망발에 청와대 내부도 부글거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에 ‘윤리교육부터 먼저 받으라’고 쏘아붙이고 싶지만 똑같이 대응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통일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남북 대화의 불씨는 살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행태와 무관하게 드레스덴 구상을 실행하기 위해 부처별로 구체적 로드맵을 짜고 있다”며 “당장 대북 지원에 나설 수는 없지만 언제든지 대화 국면이 오면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는 힘든 상황이다. 드레스덴 구상 발표 이후 남북 현안을 포괄적으로 풀기 위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4월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독수리훈련이 있는 데다 9일 최고인민회의, 15일 김일성 생일, 25일 북한군 창건일 등 북한 내부 일정도 많아 당분간 남북 대화를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며 바닥을 치고 올라올 때를 준비하겠다는 얘기다.

이재명 egija@donga.com·윤완준 기자
#북한#통일#드레스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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