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대상자 96명중 15명 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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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부터 금강산서 만남
5개월새 2명 숨지고 13명 건강악화… 北측 신청자도 12명이나 줄어
일회성 행사론 恨 풀 시간 모자라

북한에 있는 딸을 만나려던 90세 서모 할머니는 ‘20∼25일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를 합의한 적십자실무접촉이 열리던 5일 끝내 눈을 감았다. 서 할머니는 한국의 딸 김모 씨에게 북한의 여동생을 꼭 만나라는 유언을 남겼다. 지난해 9월 말 추석을 계기로 마련됐던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예정대로 열렸다면 서 할머니는 꿈에도 그리던 딸을 만났을 것이다.

18일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상봉 대상자 96명(지난해 9월 16일 기준) 중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건강이 악화돼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하지 못한다. 한국 측 신청자가 찾은 북측 이산가족의 건강 악화로 상봉이 어려워진 1명을 포함하면 96명 중 15명(15.6%)이 불과 5개월 만에 가족 상봉의 꿈을 잃었다. 이 중 2명은 자녀가 대신 행사에 참석한다.

북한 측 신청자가 한국의 가족을 찾는 상봉행사에 참석하는 북한 측 상봉 대상자도 같은 기간 100명에서 88명으로 12명(12%)이 줄었다. 3명이 사망했고 2명이 건강이 악화됐다고 북한 측이 통보해 왔다. 여기에 북한 측 신청자가 찾은 한국 측 가족 7명이 건강 문제로 상봉을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몇 개월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에도 사망과 건강 악화라는 벽을 넘지 못한 상봉자가 이렇게 많은 것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더이상 미룰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한국의 이산가족 등록자 12만9287명 중 사망자만 5만7784명(44.7%)에 이른다. 매년 약 4000명의 이산가족이 사망하고 있다. 이산가족 생존자 7만1503명 중 절반 이상(52.8%)이 80세 이상 고령자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처럼 남북 각각 100명씩 찔끔찔끔, 우여곡절 끝에 만나는 일회성 상봉행사는 더는 안 된다”며 “전면적 생사확인, 자유로운 서신 교환 등을 통해 이산가족들이 금강산 가족면회소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남북대화를 곧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이산가족들이 자주 만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이산가족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북한도 이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이 같이 협력을 해서 모든 이산가족이 오랫동안 쌓여 마음에 맺힌 한을 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이산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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