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주한美대사 인터뷰 “통일은 모든 한국인 열망… 미국도 적극 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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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2년간의 재임 기간을 평가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129년 만의 첫 한국계 미국대사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다행히 재임 기간 중 한미관계가 더 튼튼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환갑을 지낸 한미동맹의 또 다른 60년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고도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성 김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2년간의 재임 기간을 평가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129년 만의 첫 한국계 미국대사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다행히 재임 기간 중 한미관계가 더 튼튼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환갑을 지낸 한미동맹의 또 다른 60년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고도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6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에서 만난 성 김 대사는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라는 것이 못내 아쉬워 보였다. 129년 만에 탄생한 첫 한국계 미국 대사로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는 김 대사는 “재임 기간 한미관계가 더 강화됐고 앞으로 펼쳐질 60년을 힘차게 펼쳐나갈 탄탄한 토대를 닦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 대사는 “부임 직후 발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사(急死),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미사일지침 개정,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에 대한 대응에 이르기까지 한미가 보여준 ‘찰떡공조’는 양국 모두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이제는 한미동맹이 지역동맹을 넘어 진정한 ‘글로벌 동맹’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뜻도 피력했다.

―최근 타결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크게 웃으며) 거짓말할 생각은 없다. 최종 금액이 얼마인지는 무척 중요하다. 애초 요구한 금액(1조 원 이상)대로 다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협상 결과에 만족한다.”

―한국의 감사원 감사가 있을 것 같다.

“하루 이틀 한 협정도 아닌데….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동맹정신에 입각해 정당하게 집행해 왔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은 언제 타결되나.

“(핵 주권 같은 생각을 배제하고) 좀 실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 사용후 핵연료의 효과적 관리 그리고 한국의 원전 수출 경쟁력 확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담을 수 있는 협정 결과를 내는 것이 현명하다. 한국의 요구에 부합하면서도 미국의 (비확산) 우려를 담아낼 수 있는 답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원자력협력협정 개정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2015년 12월 예정) 재연기와 더불어 박근혜 정부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최대 현안이다.

―전작권 전환을 또 연기하면 미국 내에서 한국의 무임승차(free ride) 논란이 있지 않겠나.

“전작권 전환은 대단히 중요한 안보 문제다. 전환시점 고수든 연기든 어느 한 방향으로 가라고 독단적으로(arbitrarily) 강요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다. 다음 주에는 워싱턴에서 협의가 있을 것이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응해 한국도 이어도와 마라도를 포함시키는 확대된 ADIZ를 선포했다.

“민감한 이슈를 신중하게 다룬 한국의 방식을 평가하고 환영한다. 중국과 달리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과 사전 협의를 했고 선언과 실행 사이에 간격을 둬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조율한 기회를 제공했다. 급작스럽게 처리한 중국과 달랐다.”

―조 바이든 부통령의 ‘베팅’ 발언이 논란이 됐었는데….

“물어봐 줘서 고맙다. 부통령의 뜻은 미국이 이 지역의 방위와 한반도 안정을 지키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결의(commitment)를 밝힌 것이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하자 미국의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지적이 많았다.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택하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지난해 방한 기간에 내가 부통령과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부통령 의도를 100% 확신한다.”

한국의 통일을 기원한다는 발언을 할 때는 해프닝이 있었다. 김 대사는 처음에 ‘내가 있는 동안(in my time)’ 한국이 통일이 되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가 급히 ‘내 생애에(in my life time)’라고 급히 정정한 것. 김 대사는 “내 임기(tenure) 동안 통일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이라고 한 뒤 “한국이 통일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것은 대단히 현명하고 사려 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한국은 핵심축(linchpin)이지만 일본은 주춧돌(cornerstone)이다. 동북아 지역에서 양대 핵심 동맹이기 때문에 한일관계의 경색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김 대사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의회 연설에서 한 ‘아시아 패러독스’라는 표현에 적극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는 경제협력을 통해 많은 성취를 이뤘지만 안보 분야에서는 그렇지 못한 ‘패러독스(역설)’에 빠져 있다”며 한일, 중-일, 중-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불편한 관계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김 대사는 ‘일본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농담하지 말라며 정색했다. 그는 “우리는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실망했다. 미 정부가 공식적으로 ‘실망(disappoint)’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2년째 개최되지 않고 있다. 해법이나 조언을 제시할 수 있나.

“언제 어떻게 정상회담을 할지는 한일 양국이 결정할 문제다. 다만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굴기를 고려할 때 한미일 3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매우 크다. 일본이 과거의 고통스러운 문제를 다룰 때 공공의 이해를 추구하기를 바란다.”

―(뉴욕타임스 사설을 보여주며) 이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내가 그 신문을 대변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 하지만 미국은 과거로부터 상처받은 분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으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나 자신이 그 고통을 느낀다.”

―유엔 개혁 등 결정적인 순간에 미국이 일본 편을 드는 것 아닌가.

“미일관계 강화는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미국이 역사의 고통을 외면한다는 게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적절히 해결되어야 한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이 회고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약간 미친(a little crazy) 듯했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그 내용 이외에도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80분간의 인터뷰가 끝날 즈음 한국의 일반 국민과의 접촉면을 좀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언을 했다. ‘심은경’이란 애칭으로 불렸던 전임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의 잦은 접촉과 비교된다는 지적이었다.

김 대사는 “언론에 많이 다뤄지지 않았을 뿐, 대사 본연의 업무와 공공외교를 병행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사관에 따르면 김 대사는 2년 동안 16개 대학에서 수천 명의 학생과 자유토론을 했고 수차례 노숙인 급식봉사를 다녀왔다. 실제로 관저에서 나와 정동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가 근처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즐기는 김 대사의 모습이 가끔 목격되기도 한다.

후임 대사 하마평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대사는 “솔직히 가능한 한 주한 미국대사로 머물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8월이면 임기를 마치는 김 대사는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로 영전(榮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조숭호 기자
#주한미국대사#통일#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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