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산업부가 원전 관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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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관리체계 재정비 지시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원전 부품 비리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으로 정부의 원전 안전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원전 비리를 발본색원해 원전 업계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원전 업계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원전의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원전 공기업에 대한 규제 권한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며 “원전 진흥과 규제를 분리하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를 보완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감사원이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해 더이상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산업부가 적극적으로 관리·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는 그동안 원전 안전 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로 분산되다 보니 모든 부처가 원전 안전 관리를 서로 미뤄 사각지대가 생겼다는 질책의 의미를 강하게 담고 있다. 실제로 현재 원자력 안전 규제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갖고 있지만 원전 운영 감독은 감사원, 원전 관련 공기업에 대한 평가는 기획재정부가 맡는 등 소관 부처와 역할이 분산돼 있다. 원전의 관리, 감독과 평가 등의 기능이 흩어져 있다 보니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원전 안전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를 야구 용어 중 텍사스안타(내야수와 외야수 사이에 애매하게 떨어지는 안타)에 비유했다. 한 관계자는 “원전 관련 공기업인 한수원과 한전이 상위 기관인 산업부를 기관 경영 평가를 하는 기재부나 징계를 내리는 감사원 검찰보다 우습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산업부도 점차 관리, 감독에 손을 놓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원자력 산업 진흥 업무를 주로 맡고 있는 산업부가 원전 감독 규제 권한까지 쥐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원전 감독·규제 기관을 다른 정부조직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있는 국제 흐름과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수출 등 산업 진흥 정책과 원전 감독 규제 정책의 이해관계는 자주 충돌하는데 산업부가 수십 년간 원전산업 진흥 정책을 총괄했던 만큼 규제보다는 산업진흥 쪽에 무게중심이 실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원전 선진국들은 원전 규제기관을 철저히 독립적인 기구로 운영하면서 이들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이 위원장을 임명하는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안전규제 업무를 전담하고 있으며 NRC는 원전 비리에 대한 조사 기능까지 갖고 있다. 캐나다에도 독립 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CNSC)가 있고, 프랑스는 총리 직속 독립행정기관으로 원자력안전청(ASN)을 두고 있다.

박 대통령은 “원전의 기술적 안정성에 대해선 전문성을 갖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감독을 강화하고, 원전정책 전반을 책임지는 산업부가 각 부처와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진흥과 규제 역할을 분리하도록 한 IAEA 규정은 지키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하자가 있는 부품이 발견됐을 때 그 하자 정도를 평가하고 원전을 중단해야 하는지를 평가하는 기술적인 문제는 여전히 원안위가 맡게 된다”며 “다만 원전업계 전반의 사람이나 조직 관리는 산업부가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정민·문병기 기자 ditto@donga.com
#산업부#원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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