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캐스팅보트 러시아를 잡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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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으로 기울면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김정은, 김계관 보내 정상회담 추진
한국도 주철기 파견 러 구애 외교전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판을 뒤엎을 수 있는 훼방꾼 역할을 할 능력은 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한반도에 미치는 러시아의 미묘한 영향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북핵 6자회담 참가국이자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실무그룹 의장국인 러시아가 남북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6자회담의 역학구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외교력은 미국과 중국에 못 미치고, 경제력은 일본에 한참 떨어지는 러시아지만 사안에 따라 6자회담 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4차 고위급 안보회의’에 참석하고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3일(현지 시간) 모스크바로 날아간 것도 이런 러시아의 마음을 사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는 국내 정치용으로 과거사 왜곡을 활용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관계 구축에 별다른 걸림돌이 없다. 9월 5, 6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어 사전 정지작업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북한이 러시아에 보내는 러브콜이 남한보다는 좀더 간절한 형국이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아직 한 번도 외국 정상을 만난 적이 없다. 최우방국인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수를 빼앗겼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 의욕을 낼 가능성이 있다. 김진규 고려대 교수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이렇다 할 관계가 없어 상대적으로 소원한 한-러시아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선점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원산에 정박해 있는 자신의 요트 ‘프린세스 95MY’를 끌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선상(船上)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까지 추진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러시아#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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